
국내 대형 판매처에서만 풀리는 미공개 포토카드가 담긴 BTS 앨범. 이것이 지구 반대편 팬의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해외 소비자는 한국 쇼핑몰의 본인 인증 단계에서부터 가로막혔고, 결제는 먹통이 되기 일쑤였으며, 배송비는 상품값을 웃돌았다. 이 거대한 인프라의 간극을 메운 것은 글로벌 팬들의 열정이었다. '한국에서 대신 물건을 사서 한 박스에 모아 보내 줄 사람'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수소문하던 그 불편함 속에서, 역직구 시장의 서막이 올랐다.
초기 글로벌 역직구 거래는 거리가 가깝고 문화적 친밀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딜리버드코리아의 전체 거래액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49%, 유럽은 23%에 이르고, 중동과 오세아니아의 K뷰티 거래량은 전년 대비 40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인다. 품목의 중심도 바뀌었다. K팝 앨범과 굿즈에서 화장품으로, 그리고 올해는 패션이 가장 강력한 주력 상품군으로 올라섰다. 유튜브와 OTT라는 글로벌 플랫폼, 그리고 팬덤을 무기로 K드라마와 K영화가 퍼져 나가면서 소비자의 시선은 주인공이 입은 옷과 바른 화장품을 거쳐 한국 중고 시장의 희소템으로까지 확장됐다.
마케팅 학계의 '혁신 확산 이론'에 비추어 보면, K컬처는 이미 소수 마니아의 '초기 수용자' 단계를 지나 전 세계 주류를 뜻하는 '조기 다수자' 영역에 진입했다. 이 전환의 핵심은 소비의 동기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을 사지 않는다. 콘텐츠가 투영된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구매하는 '상징적 소비'로 옮겨 간 것이다. K역직구의 본질 역시 단순한 '물건 조달'에서 특정 문화권의 감성을 내 일상으로 들이는 문화적 체화의 과정으로 진화했다.
소비자행동 연구가 늘 마주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왜 사고 싶은 마음이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른바 '의도와 행동 사이의 간극'이다. 그 간극을 벌리는 것은 언제나 사소한 장벽, 곧 번거로움이다. 크로스보더 영역에서는 이 장벽이 유독 높다. 나라마다 다른 결제 방식, 뒤엉킨 물류, 복잡한 통관 규정, 언어와 문화의 벽까지 존재해 기존 방식으로는 이 겹겹의 장벽을 좀처럼 걷어 내기 어렵다. K컬처가 아무리 강렬한 욕구를 만들어 내도, 이 장벽을 치우지 못하면 욕구는 구매의 문턱에서 번번이 멈춰 선다.
딜리버드코리아가 AI 쇼핑 에이전트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쇼핑몰의 상품 URL 하나만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구매부터 물류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상품이 창고에 도착하기도 전에 빅데이터로 해외 배송비를 예측해 미리 제시하고, 여러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은 최적의 박스 구성으로 합포장해 배송비를 최대 70%까지 절감한다. 상품명도 현지 소비자가 실제 쓰는 용어로 바꿔 낯섦을 덜어 준다. 무엇보다 먼 나라에서 산 물건이 제대로 도착할까 하는 불안을,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 주고 익숙한 화면을 그대로 살려 신뢰로 바꾼다.
국경이 만들어 낸 제약을 AI가 걷어 냄으로써 지구 반대편의 소비자도 서울에 사는 로컬 소비자처럼 국내 빅세일 타이밍에 맞춰 여러 쇼핑몰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거래 데이터가 쌓일수록 예측은 정밀해지고, 운영은 효율화되며, 경험은 매끄러워진다. 장벽이 걷힌 자리에는 선순환이 돌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쇼핑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춘 추천형이라면, 실행형은 그 의도가 구매로 완결되는 마지막 간극을 메우며 실제 매출을 만들어 낸다.
K컬처는 전 세계가 한국 제품을 원하게 만드는 데 이미 성공했다. 그러나 그 욕구가 실제 구매로 완성되려면, 욕구와 구매 사이의 장벽을 제거해 줄 정교한 기술 인프라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욕구를 키워 왔다면, 이제 그 욕구를 구매로 잇는 것은 국경의 한계를 지워 내는 '크로스보더 쇼핑 AI 에이전트'다. 글로벌 팬덤이 개척해 놓은 광활한 시장 위에, 이제 누구나 한국에 살지 않아도 한국인처럼 쇼핑하고 한국의 문화를 일상으로 누리는 진정한 초국경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재은 딜리버드코리아 부대표·前 AUT·Massey대학교 마케팅 교수 jae@deliver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