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이 글로벌 패션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유니클로를 비롯한 주요 소매업체들이 매장 영업을 중단하거나 시설 고장을 겪는 등 기후 변화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최근 유럽 폭염으로 일부 매장의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일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 도시의 냉방 시스템은 최근과 같은 폭염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매장 내부가 일시적으로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염은 소비 패턴도 바꿔놨다. 여름 의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린넨 셔츠와 반바지 등의 판매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피해는 유니클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국 베이커리 체인 그렉스는 폭염으로 11개 매장의 문을 이틀간 닫았고, 유통업체 막스앤드스펜서는 일부 매장의 냉장 설비가 고장 나면서 향후 기온이 45도까지 치솟을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H&M도 장기화하는 폭염에 맞춰 여름 의류 라인업을 조정할 계획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폭염으로 매장이 폐쇄되더라도 신속히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공급망과 물류 체계를 재정비하고, 유럽 매장의 냉방 인프라 점검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폭염이 유니클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고온다습한 여름을 겨냥해 개발한 얇고 통기성이 뛰어난 기능성 의류에 대한 수요가 기후 변화로 더워진 유럽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근 분기(5월 말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9.1% 증가한 1467억엔(약 1조364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가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자라(Zara) 모기업 인디텍스에 이어 세계 2위 패션기업에 오를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