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우한 로보택시 집단 정지 사태…자율주행 산업의 위기인가, 다음 단계의 시작인가

바이두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 〈출처:바이두〉
바이두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 〈출처:바이두〉

지난 3월 31일 밤 중국 우한에서 바이두(Baidu)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고(Apollo Go)' 차량 여러 대가 주요 도로와 고가도로에서 동시에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수십 대에 이르는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 정지했으며, 일부 승객은 장시간 차량 내부에 머물러야 했다. 일부 차량에서는 긴급 호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후방 추돌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공안은 시스템 이상에 따른 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바이두는 사고 직후 도시 전역 로보택시 운행을 일시 중단한 뒤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자율주행 산업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상용화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대규모 운행 장애라는 점에서 로보택시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중국 IT 전문매체 36Kr와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 산업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개별 차량 입장에서 '안전 정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올바른 대응일 수 있지만, 수십 대 차량이 동시에 정지할 경우 도시 전체 교통 체계에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연구실과 시험 구간을 넘어 실제 도시 인프라의 일부가 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기술 실패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 사례의 축적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를 어떻게 제도와 설계 개선으로 연결하느냐다.

실제로 로보택시는 이미 시범 서비스 단계를 넘어 일부 도시에서 대중교통 체계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안전 기준 역시 개별 차량 중심 기술 검증을 넘어 도시 교통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36Kr는 중국 자율주행 정책이 '신중 관망' 단계에서 '질서 있는 개방'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안전 기준과 운영 규정을 정비하는 동시에 산업화와 상용화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한 사고는 산업 발전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라기보다 오히려 규제와 운영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이 기술 개발 속도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대응 방식에서도 나타난다고 본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기술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중복 설계와 원격 지원 체계, 긴급 대응 프로세스, 사고 보고 체계, 책임 구조 등을 보완하며 다음 단계로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주행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완벽한 무사고 상태가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자율주행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만으로는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 차량이 어떤 조건에서 운행되고,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정지하며, 승객 보호와 원격 관제, 도시 교통 통제가 어떻게 연계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로보택시는 현재 중국에서 기술 가능성과 사업성, 수익성을 둘러싼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한 집단 정지 사태는 산업의 종말을 의미하는 사건이라기보다, 자율주행이 실험 단계에서 실제 도시 서비스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율주행 산업은 이제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운영과 관리, 제도 설계 문제를 다루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한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