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폭로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연관성이 드러난 가운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평생 기부를 약속했던 게이츠 재단을 기부처 목록에서 최종 제외했다.
버핏은 기부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엡스타인과 연루된 게이츠와의 거리두기가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버크셔 주식(B주) 총 1200만주를 사별한 첫 부인인 수전 톰슨 버핏의 이름을 딴 재단과 자녀들인 하워드·수지·피터가 각각 이끄는 3개 재단에 나눠 기부했다고 밝혔다.
BBC 방송에 따르면 버핏은 지난 2006년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당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평생 동안 매년 기부하겠다는 '취소 불가능한 약속'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버핏은 지난 20년간 게이츠 재단에 총 470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70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며 돈독한 '기부 동맹'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게이츠 재단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수십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정기적으로 인도하는 기업 및 기관 목록에서 최종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기부처 변경 사유가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게이츠의 연관성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1월 미국 법무부가 성범죄자 엡스타인 관련 자료인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 게이츠가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에 출석해 관련 증언한 바 있다.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기부처가 변경되자 '버핏이 게이츠와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고 봤다.
버핏은 공식 성명에서 빌 게이츠나 엡스타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관련 사실들이 폭로된 이후 빌 게이츠와 대화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내가 아는 사실이 드러나 증인으로 소환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엡스타인 파문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게이츠는 하원 증언록을 통해 2011년 세계 보건 분야의 기금 모금을 목적으로 엡스타인을 소개받았으며, 당시 그의 과거 법적 문제를 알고는 있었으나 범죄의 심각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게이츠는 당시 “애초에 엡스타인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게이츠 재단 측은 버핏 회장의 수십 년간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빌 게이츠의 추가 재정 지원 약속을 바탕으로 재단은 안정을 유지하며 2045년까지 자선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