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진아가 돌아왔다. 새 EP 'SAVE ME'를 품고서다.
새 EP 'SAVE ME'는 그간 발라드와 서정적 팝에 집중해온 권진아가 본격적으로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장르 변신을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성장과 확장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은 'Rain on me'다. 담담하게 울리는 기타 리프와 섬세한 보컬이 어우러져, 이별의 쓸쓸함을 절제된 방식으로 그려낸다. 마치 빗방울이 창가를 두드리듯, 권진아의 목소리는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2000년대 모던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특유의 감정 전달력이 곡을 현재적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타이틀곡 'MONSTER'에서는 록의 거친 에너지와 권진아의 서정성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내면의 괴물을 직시하는 가사와 강렬한 기타 리프가 맞물리며, 기존의 발라드 이미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단순한 장르적 실험이 아니다.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용기 그 자체다.

'WHO CAN CHANGE'는 변화와 저항을 주제로 삼는다. 밴드 사운드와 보컬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맞서며, 권진아가 록 장르를 단순히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로 완전히 소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벽을 깨어내는 망치처럼, 변화를 갈망하는 심장을 울린다.
'87days'에 이르러서는 앨범의 감정선이 잠시 가라앉는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담백한 편곡이 권진아의 본래 강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며, 앨범의 흐름에 숨을 고르는 순간을 마련한다.
새 EP 'SAVE ME'는 'Don't Save Me'로 막을 내린다. 이 곡은 제목처럼 독립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강조한다. "구원받지 않겠다"는 선언은 앨범 전체의 서사를 마무리하며, 권진아의 새로운 정체성에 힘을 싣는다. 이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처럼 권진아는 앨범의 흐름을 통해 감정의 기복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몰입을 유도한다. 초반부는 불안과 갈등을, 중반부는 내적 성찰을, 후반부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며 앨범 전체가 하나의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곡들이 이어질수록, 권진아의 내면 여행에 동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권진아의 보컬은 여전히 앨범의 중심이다. 중저음에서의 깊은 울림은 록 사운드와도 잘 어우러지며, 고음에서도 흔들림 없는 전달력이 곡의 텐션을 유지한다.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때로는 빗물처럼 부드럽다. 밴드 사운드와 보컬을 균형 있게 배치해 감정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려낸 프로듀싱의 의도와 역량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SAVE ME'는 권진아가 '록을 소화하는 아티스트'로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는 단순한 장르 전환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성장 궤적이다. 기존 팬들에게는 새로운 매력을, 새로운 이들에겐 신선한 접근을 제공한다.
권진아는 발라드와 서정적 팝에 머물렀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록 사운드와 밴드 텍스처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했다. 물론 이는 위험을 감수한 시도다. 그러나 권진아는 특유의 보컬 톤과 감정 전달력으로 이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확고히 넓혀냈다.
권진아는 발라드라는 울타리를 넘어, 록의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한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경계와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확장 중이며, 넘치는 감격과 함께 찬란하게 물들고 있다.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