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보안 위협 부각으로 주목받던 국내 보안주가 다시 약세를 보이며 중소 보안 상장사의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강화와 동전주 퇴출 요건 신설이 겹치며 상장폐지 불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전자신문이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원사 중 상장사(55개사)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100억원대 기업은 1개사, 200억원대 기업은 10개사, 300억원대 기업은 4개사로 집계됐다. 상당수 보안 상장사가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과 가까운 구간에 놓인 셈이다.
상장사는 이달부터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해당 기준을 연속 45거래일 이상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이달부터 적용되는 기준은 시가총액 200억원, 주가 1000원이다. 시가총액 기준은 내년 1월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된다.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지자 일부 보안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17억8407만원을 투입해 자사주 57만6000주를 사들였다. 자회사 에스에스알 주식도 36만4951주를 13억876만원에 매수했다. 에스에스알 역시 자체적으로 14억2204만원을 들여 자사주 37만2090주를 취득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여전히 기준선과 가깝다. 현재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시가총액은 240억원, 에스에스알은 211억원이다. 에스에스알은 자사주 매입에도 이달 200억원을 간신히 넘기며 관리종목 지정을 피했다.
다른 보안기업들도 주가와 재무구조 관리에 나서고 있다. SGA솔루션즈는 지난 5월 5대 1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요건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 소프트캠프도 같은달 5대 1 액면병합을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엔키화이트햇 지분 일부를 매각해 25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국내 보안주는 지난 4월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로 AI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커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기도 했으나,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는 3분의 1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상향을 이어가는 팔로알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미국 보안주들과 대비된다.
국내 보안주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취약한 수급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보안기업은 기술력과 사업 수요에도 불구하고 잠재 시장이 내수 중심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장주로서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기관·개인 투자금 유입도 제한적이다.
국내 증시에는 보안 상장사를 주요 편입 대상으로 삼아 직접적인 자금 유입을 만드는 ETF도 없다.
반면 미국에는 139억달러, 약 21조원 규모의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 ETF(CIBR)'를 비롯해 복수의 사이버보안 ETF가 상장돼 있다.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가 보안기업을 인수해 키운 뒤 재매각하는 거래도 활발한 데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보안기업들이 외면받고 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소 보안기업은 영업이익을 연구개발(R&D)과 인력 확보에 투입하기도 빠듯하다”며 “상장 유지 부담으로 자사주 취득 등 주가 안정 조치까지 병행해야 해 경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