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뇌 노폐물 배출 전과정 세계 최초 확인...퇴행성 뇌질환 연구 패러다임 바꿔

우리 연구진이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통로를 발견했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는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장석복) 혈관연구단장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셀(Cell)에 22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뇌는 끊임없이 노폐물을 만들어낸다. 이 노폐물은 뇌척수액에 실려 뇌 밖으로 배출되며, 이런 '뇌 청소' 과정은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만약 뇌척수액 생성·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등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IBS 연구팀은 지난 2019년과 2024년 네이처 발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 및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어진 2025년 네이처 발표 연구에서는 눈과 코 주위 등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와 함께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뇌척수액이 어떻게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 역할을 하는 '지주막'을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에 유입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였다.

지주막 소창을 통한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으로의 뇌척수액 배출 경로와 비강 내 VEGF-C 유전자 투여를 통한 뇌척수액 배출 회복 모식도
지주막 소창을 통한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으로의 뇌척수액 배출 경로와 비강 내 VEGF-C 유전자 투여를 통한 뇌척수액 배출 회복 모식도

IBS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마침내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해, 이를 '지주막 소창(미세 구멍)'이라 명명했다. 뇌척수액이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밝혀내 배출 경로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후각망울(뇌 앞)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 림프관·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돼 있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확인했다.

이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이 형광 물질은 새로 발견된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되어 코 안쪽을 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인 목 쪽의 림프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흘러갔다.

고규영 단장은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앞으로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생명 현상의 이해를 높이고 뇌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며, “앞으로도 인류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