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AI, '모델 경쟁' 넘어 '시스템 경쟁' 선언…WAIC 2026이 보여준 새 전략

중국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를 통해 자국 인공지능(AI) 산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올해 행사는 단순한 신기술 전시회를 넘어 중국 AI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에 나설 것인지를 보여준 무대로 평가된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IC 2026에는 10만㎡ 규모 전시장에 11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3000여개 AI 기술과 제품이 전시됐다. Kimi K3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비롯해 화웨이, 알리바바, 중커수광, ZTE 등 초대형 AI 컴퓨팅 시스템,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산업용 AI 에이전트, AI 안경 등 중국 AI 산업의 핵심 기술이 총출동했다.

중국 슈퍼컴퓨터 제조기업 중커수광(Sugon)의 AI 슈퍼 클러스터 '수광 8000' 〈출처:36kr〉
중국 슈퍼컴퓨터 제조기업 중커수광(Sugon)의 AI 슈퍼 클러스터 '수광 8000' 〈출처:36kr〉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 AI 경쟁 전략이 기존의 '모델 성능 경쟁'에서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AI 산업은 미국을 따라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GPT 수준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일 AI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올해 WAIC에서는 다른 방향성이 제시됐다. AI 모델과 반도체 경쟁은 계속되지만, 이를 개별 기술이 아닌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구축하려는 전략이 강조됐다.

대규모 언어모델 분야에서는 DeepSeek 이후 Kimi, Qwen(통의첸원), Zhipu AI, MiniMax, StepFun 등이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의 기준도 달라졌다. 모델 크기나 벤치마크 점수보다 추론 효율과 비용, 실제 기업 업무 적용 가능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AI가 단순히 대화를 잘하는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컴퓨팅 인프라 역시 개별 AI 칩 경쟁에서 벗어나 시스템 단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웨이는 Ascend 950 기반 초대형 AI 슈퍼노드를 처음 공개했고, 중커수광은 국산 기술만으로 구축한 10만장 규모 AI 클러스터를 선보였다. 알리바바 역시 자체 AI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초대형 컴퓨팅 시스템을 공개하는 등 중국 기업들은 칩과 서버뿐만 아니라 고속 인터커넥트, 스토리지, 네트워크, 냉각, 운영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앞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 AI 산업이 개별 기술 한계를 시스템 통합 역량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특정 반도체 성능이 부족하면 대규모 클러스터와 네트워크 효율로 보완하고, 폐쇄형 AI 대신 오픈소스와 저비용 추론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모델과 반도체, 서버, 클라우드가 동시에 최적화되는 자체 생태계 구축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현장으로 AI를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휴머노이드들이 물류 운반과 조립, 품질 검사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을 시연했고, AI 에이전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조작하며 문서 작성과 데이터 처리 업무를 수행했다. AI 기술은 자동차와 스마트 안경, 이어폰, 의료기기, 산업 설비 등 다양한 제품에도 적용됐다.

중국은 미국보다 AI 모델 자체의 성능에서는 다소 뒤질 수 있지만, 제조업과 소비시장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AI를 실제 제품과 산업에 빠르게 적용하는 데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세계 최대 제조업 기반과 스마트폰, 전기차, 전자상거래, 물류 시장은 AI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평가된다.

WAIC 2026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출처:36kr〉
WAIC 2026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출처:36kr〉

휴머노이드 역시 이전처럼 춤을 추거나 걷는 기술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장시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생산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중국 기업들은 로봇 본체뿐만 아니라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공급망까지 확보하고 있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용 AI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시장에서는 모델 성능보다 AI 운영 비용과 보안, 데이터 관리, 업무 효율성을 강조하는 솔루션들이 대거 소개됐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기술 자체보다 비용과 생산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WAIC에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 전략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대회 개막에 앞서 29개국은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World AI Cooperation Organization)' 설립 협정을 체결했다. 본부는 상하이에 설치되며 AI 기술과 산업, 인재 양성, 표준, 안전, 거버넌스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술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모델,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반면에, 중국은 개방형 AI와 산업 인프라 구축, 응용 서비스 확산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WAIC가 중국 AI 산업이 단순한 기술 추격 단계를 넘어 자체 생태계와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AI 경쟁 역시 앞으로는 개별 기업이나 모델 간 경쟁이 아니라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 AI 모델, 산업 적용, 국제 협력까지 포함하는 국가 단위의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