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을 앞둔 중국의 한 남성이 가족과 공모해 자신의 죽음을 꾸민 뒤 타지역으로 도피했다가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허난성 안양시 검찰이 최근 이 사건의 수사 내용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시(施) 씨 성을 가진 이 남성은 지난해 1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적발됐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후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실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그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빚이 늘어난 데다 전과까지 있어 유죄가 확정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망을 가장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관을 미리 마련한 뒤 집 안에 빈 약통을 흩어놓고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것처럼 현장을 꾸몄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냉각 장비를 사용하고 숨을 참는 방식으로 사망한 것처럼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들도 범행에 동참했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약물 때문에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고인의 얼굴을 천으로 가렸고,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매장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시씨는 일자리를 구하겠다며 중국 남서부 윈난성으로 이동해 숨어 지냈다.
사망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미 매장이 끝난 탓에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족이 응급조치도 시도하지 않았고, 사전에 관까지 준비해둔 정황을 이상하게 여겨 수사를 이어갔다.
추가 조사에서는 사망진단서와 화장 기록, 주민등록 말소 등 사망을 입증할 행정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친척과 마을 주민들 역시 시신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어머니와 할머니뿐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금융거래 내역, 통화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시씨가 생존해 있다고 판단하고 추적을 벌였다.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 4월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은 다음 달 음주운전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개월과 벌금 2만 위안(약 39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시씨의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해서도 범인 은닉 혐의 적용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검사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망을 가장하는 행위는 결코 책임을 면하게 하지 못하며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현지 누리꾼들은 “처음부터 음주운전만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 “끝내 법망을 피하지 못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