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일 초정밀 검사기술이 개발됐다. 생산 단계에서 열폭주 원인인 배터리 전극의 미세 두께 불균일을 배터리 손상 없이 머리카락 굵기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구분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은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은 두께가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하고, 열폭주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시료에 액체를 접촉시켜야 하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전극 내부까지 정밀 분석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광주파수빗과 테라헤르츠파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했다.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쏘아 내부에서 여러 번 반사되며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이 신호를 초정밀하게 분석해 전극 두께를 계산했다.
기술 핵심은 테라헤르츠파가 전극 앞·뒷면 사이를 여러 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일정 간격의 간섭무늬 '파브리-페로' 간섭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자 눈금을 읽어 길이를 재듯, 연구팀은 이 간섭무늬를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전극 두께를 계산했다.

그 결과 별도 보정 없이 전극 두께는 물론 복소 굴절률(빛이 물질을 얼마나 잘 통과하고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광학 특성)까지 한 번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람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한 두께인 50~150마이크로미터(㎛)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했다. 0.2초 짧은 측정만으로도 음극 70.1나노미터(㎚), 양극 465.5㎚ 두께 차이까지 측정했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음극은 7.8㎚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양극도 25.2㎚까지 측정했다. 이는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정밀도다.
전극이 약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실제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공정에서도 불량을 조기에 찾아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진 교수는 “개발 기술은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강구선 KAIST 기계공학과 박사(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가 1저자로, 김영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6월 10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