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K브랜드, 일본 시장 상륙 러시

K뷰티·패션·푸드 브랜드로 일본 시장 재조명
K브랜드 일본 투자는 제조보다 판매·유통 중심
한류 넘어 일상…유통기업 새 거점으로 부상
한국 기업의 일본 직접투자금액
한국 기업의 일본 직접투자금액

일본이 한국 유통업계의 핵심 해외 시장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는 물론 K푸드, K패션 등 한국 소비재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KOTR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은 한류가 단순한 콘텐츠 향유를 넘어 실질적인 소비 행동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전이된 시장”이라면서 “수출환경 안정성과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유통·생활소비재 기업들은 앞다퉈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을 단순한 해외 판매처가 아닌 장기 성장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2025년 한국 기업의 일본 신규 법인 설립은 3년 연속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80개 신규 법인이 설립됐다. 특히 지난해 대일 직접투자액은 전년 6억3900만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17억5300만달러를 기록했다.

◇K브랜드, 일본 유통망 확보 잰걸음

국내 유통업계는 일본 시장 공략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백화점 3사와 CJ올리브영, 무신사를 비롯해 맘스터치, 컴포즈커피 등 식품·외식·패션 기업들이 잇달아 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등도 유통망 투자를 늘리며 현지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한국 기업의 대일 투자가 제조시설보다 판매법인과 유통 거점 구축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을 생산기지가 아닌 소비시장으로 공략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각 기업은 현지 유통 환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 드럭스토어, 버라이어티숍 등 오프라인 점포 비중이 높아 실물 체험과 전용 매대 구축을 통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팝업스토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 유통망에 정규 입점하는 전략적인 구조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 채널도 변화했다. 과거 종합상사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법인을 세워 현지 마케팅과 영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와 패션·뷰티 기업 대부분이 현지 법인을 먼저 설립한 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판매를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주요 K뷰티 브랜드는 큐텐, 라쿠텐 등 이커머스 채널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각 플랫폼에서 판매 순위와 소비자 리뷰로 초기 검증을 마친 뒤 로프트, 돈키호테, 마쓰모토키요시 등 오프라인 대형 유통망으로 진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을 적극 추진한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사례다.

생성형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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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넘어 '일상 소비'…일본이 K브랜드 유통업계 해외 거점으로

국내 기업들의 일본 진출을 이끄는 가장 큰 배경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한류'로 꼽힌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현재를 '제4차 한류' 시기로 규정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K팝 중심의 초기 한류를 넘어 최근에는 음식과 화장품, 패션, 라이프스타일까지 한국 문화 전반이 일본 소비자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중장년층 중심이었던 소비층이 2030 젊은 세대로 확대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K팝과 드라마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한국 음식과 화장품, 의류까지 자연스럽게 소비하면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K뷰티가 대표 사례다. KOTRA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2년 프랑스를 제치고 일본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수위를 지켰다. 한국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처럼 일본 소비 시장에서도 브랜드보다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세이분카이(成分買い·성분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뵈인다.

패션은 K팝과 SNS를 기반으로 젊은 소비층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팝업스토어와 편집숍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F&B도 한국식 카페와 치킨, 디저트 등이 현지 소비문화에 안착하면서 일본을 핵심 해외시장으로 삼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시장이 앞으로도 한국 유통기업의 핵심 해외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소비 성향이 유사한데다 구매력이 높아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K뷰티와 K푸드를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가 트렌디하면서도 품질 좋은 검증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현지 맞춤형 마케팅, 리뷰·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정보 확산이 더해지며 일본 소비자들의 K브랜드 구매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