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결제망과 준비자산의 경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27/news-p.v1.20260727.78efa6ef5b2645959dcb6ee911d71463_P1.png)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자체보다 그 유통 구조다. 어떤 결제망을 거치고 준비자산이 어디에 쌓이며 그 운용수익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앞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결제망은 거래와 고객을 확보하고, 준비자산은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든다.
미국은 이러한 경쟁의 규칙을 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분류와 거래소 및 중개업자의 등록·감독체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정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본 구조를 세우려는 법안이다. 발행만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와 보관, 중개까지 제도권에 편입해 시장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다.
이 시장구조에서 민감한 쟁점은 준비자산 수익의 배분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되고, 발행잔액이 늘수록 운용수익도 커진다. 은행과 디지털자산 업계가 보상과 이자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이유다. 플랫폼이 수익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돌려주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을 넘어 요구불예금과 경쟁하게 된다.
준비자산 경쟁은 기업의 사업모델도 바꾸고 있다. 기술은 출발점일 뿐이다. 거래가 반복되고 현금흐름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기업가치가 생긴다. 스테이블코인도 플랫폼 구축이나 특허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제와 송금, 준비자산 운용을 하나의 사업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시장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이 참여한 Open USD(OUSD)다. 기존 결제 수수료 중심의 사업모델에 준비자산 운용수익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생태계 참여기업과 공유하는 새로운 경쟁구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화는 결제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래소는 더 이상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과 유동성이 모이는 금융 인프라다. 국내 금융기관이 가상자산거래소에 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가분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미래의 결제망과 준비자산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금융회사가 거래소를 바라보는 이유도 현재의 수익보다 미래의 금융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남은 것은 제도 정비다. 최근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시장이 제도 공백을 우려해 온 점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변화다. 다만 입법은 발행 주체를 정하는 데 머무르면 안 된다. 은행과 핀테크, 결제기업과 거래소가 어떤 역할로 경쟁할 것인지, 준비자산의 안전과 상환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
또 제도는 개별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설계돼야 한다. 한국은행의 예금토큰과 민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종종 경쟁 관계로 논의돼 왔지만, 둘은 경쟁보다 역할을 분담하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금토큰은 은행예금에 대한 청구권을 토큰 형태로 구현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원화를 유통시키는 수단이다. 여기에 토큰증권과 24시간 역외 원화결제까지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연결될 때 비로소 디지털 원화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목적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밀어내거나 원화를 단숨에 국제통화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토큰화된 자산 거래와 해외송금, 글로벌 서비스 결제가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질 때 원화도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국내 제도가 설계해야 할 대상은 코인 하나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도 결국 결제망과 준비자산을 얼마나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