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이 11일 시행된다. 개정 법은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경영 지형을 흔들 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다. 연이은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정부가 사후 처벌과 선제적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판 자체를 새로 까는 것이다.
그간 끊임없이 이어진 개인정보 유출 잔혹사는 보호 체계의 일대 전환 당위성을 입증했다. 통신·플랫폼·금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졌고, 최근엔 대형 OTT 플랫폼까지 유출 사태가 터졌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피해 접수 건수 중 외부 해킹에 의한 유출 신고가 4년 만에 5배 가까이 폭증한 점은 심각성을 더한다.
시행되는 개정 법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징벌적 성격의 처벌 수위 강화다.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침해 행위에 대해 과징금 상한을 기존 전체 매출액의 3%에서 최대 10%로 대폭 끌어올렸다. 이는 자칫 기업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수치다.
나아가 법은 사업주와 최고경영자(CEO)를 개인정보 보호 최종 책임자로 명시함으로써 책임의 무게를 실무 부서에서 최고경영진으로 전면 이동시켰다. 이로써 개인정보 보호는 특정 보안부서의 기술적 실무가 아닌, CEO가 직접 챙겨야 할 핵심 경영 리스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둘째는 선제적 예방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 도입이다. 사후 과징금 철퇴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보안 인력과 예산·설비에 적극 투자한 기업에 최대 40%까지 과징금을 감경해 주는 '당근책'을 담았다. 이는 보안을 '비용'으로 인식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투자'로 전환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법의 연착륙을 결정짓는 것은 '자발적 참여를 통한 보안의 선순환'이다. 규제 당국은 사후 처벌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능동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날로 고도화되는 인공지능(AI) 악용 해킹과 정보 탈취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차세대 보안 기술 개발과 세제 혜택 등 다각적인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더욱 넓혀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과 신뢰의 기본 요건이다. 기업 역시 시혜적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 보안 투자를 통해 데이터 신뢰성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과 기업의 능동적인 투자가 결합할 때, 비로소 안전하면서도 역동적인 AI·데이터시대가 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ditori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