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가 내년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를 추진하는 건 중국 기술이 급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력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AI 반도체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 시장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주도권 쟁탈전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서 중국은 후발주자로 여겨졌다. 인텔이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기·SKC(앱솔릭스)·LG이노텍 등이 뒤이어 가세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졌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한 유리기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몇년 전부터 유리기판 시장에 대비, 소부장 공급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한국과 사업 준비 시점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2021년 SKC가 유리기판 자회사 앱솔릭스를 설립하면서 유리기판 사업을 공식화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2020년대 초반부터 유리기판 기술 검토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 내 반도체 유리기판 기술력은 한국 대표 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부 기술 허들이 있지만, 핵심 공정인 글라스관통전극(TGV) 구현은 사실상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현재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로 몇 가지 기술 난제만 해결하면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지금도 화웨이 공급망 기업들은 각종 기술 해결을 위해 신규 소부장 협력사를 계속 발굴하고 협력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유리기판 기술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던 건 대규모 투자로 분석된다. BOE·비전옥스·운천반도체·AKM미드빌 등 중국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는 시제품 생산 라인(파일롯)부터 관련 설비를 대거 들여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검사 등 일부 공정에서는 한국을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의 유리기판 상용화 목표도 이 같은 공급망 속도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가 요구하는 유리기판 성능 평가를 통과할 경우 빠른 양산 전환도 가능하다. 이런 역량은 향후 반도체 유리기판 대량 생산 시 화웨이만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중국이 기술 난제를 어떻게 푸느냐다. 실제 한국 유리기판 제조사들도 각종 기술 허들에 부딪혀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도금이나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 제어 등 핵심 공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업계에서 당초 계획했던 유리기판 상용화 시점을 1~2년씩 계속 늦추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술 고도화 속도가 빠르지만, 유리기판 상용화의 기술 난제는 세계적으로도 풀기 어려워 국가·기업별로 고심하고 있다”며 “화웨이 역시 이 기술 허들을 넘지 못하면 실제 상용화 및 AI 반도체 칩 적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