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비만치료제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변에서 비만치료제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비만치료제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 지는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된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1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마운자로 1분기 매출은 87억 달러(약 12조6167억원)나 됐다.
마운자로는 국내에서도 출시 10개월 만에 150만건 넘게 처방됐다. 위고비도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누적 처방 건수가 122만건이 넘었다.
앞으로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150억 달러(약 21조6315억원) 수준에서 2035년에는 1500억 달러(약 216조315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비만치료제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체중만 감량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는 건강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켰고, 사회와 산업 곳곳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식품 산업에서는 저칼로리·고단백 건강식이 급부상하고 있고, 외식 산업 트렌드도 건강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음주를 자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류 산업도 변화를 겪고 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체중 감소가 항공 업계에 연료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로 승객 체중이 10% 줄면 연료비가 1.5%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비만치료제 영향으로 약화되는 산업도 있다. 기존의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다이어트 관련 산업이 대표적이다.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로 우후죽순 난무했던 다이어트 산업은 이제 하나씩 정리되고 있다. 운동보다 손쉬운 약을 선택하면서 헬스장 역시 직격탄을 맞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보험 업계는 비만 관련 합병증 치료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와 고가의 약가 보장에 따른 재정 부담 사이에서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작은 주사 하나가 단순히 개인의 미용적 욕구 충족을 넘어 글로벌 자본 시장과 유통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거시 경제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비만치료제의 적응증 확대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심혈관 질환, 대사질환, 당뇨 등 다양한 만성 질환에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서다. 치매, 파킨슨병, 지방간, 알코올 중독에도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비만치료제는 질병 증상을 완화하는 전통적 의미의 치료제를 넘어, 인간의 기대수명과 삶의 질 전반을 재설계하는 예방 의학적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비만치료제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날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비만치료제는 단순히 제약 산업을 넘어 우리 인류의 삶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현재는 위고비, 마운자로, 젭바운드 등이 장악하고 있지만 조만간 새로운 치료제 등장이 예상된다. 이미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 제약기업들도 지금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놓쳐서는 안된다. 비만치료제 시장 글로벌 선두 주자들의 아성을 넘기 위해 먹는(경구용) 치료제 개발, 체중은 줄이되 근손실은 막아주는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 등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비만치료제가 만들어갈 거대한 시장 변화에서 우리 제약사들이 한 축을 맡길 기대해본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