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제도의 시행 유예와 보완을 거듭 요구하는 국내 제약업계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다음달 1일부터 제도를 시행한다. 기업 지원책 등이 함께 담긴 고시의 시행 전체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기등재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조정 기준 시점을 놓고도 정부와 업계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제도 시행을 둘러싼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 고시가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3월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따른 조치다.
복지부는 지난 13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제약업계가 강하게 요구한 12월 시행 유예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제네릭 의약품과 제네릭이 등재된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 등재 전 오리지널 약가의 53.55%를 기본 산정률로 적용받고 있다. 이번 고시 시행으로 기본 산정률은 45%로 낮아진다.
업계는 복지부가 새로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에 따른 기업 선정을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인 만큼 약가 인하 적용도 12월로 미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약가 우대 등으로 인하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두 제도는 각각 추진하는 사안으로 시행 시기를 연계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고시에는 기업 지원 방안 등도 포함돼 있어 전체 시행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과 별개로 약가 산정 기준 시점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개편안이 시행되는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산정률 45%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정부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를 단행했고, 그 결과가 2014년 약가에 반영된 만큼 2014년을 기준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 성분 의약품은 적응증이 추가되더라도 사용량 증가나 후발 의약품 등재 등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약가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산정률 45%를 적용하면 이미 인하된 가격을 토대로 약가가 다시 조정돼 기업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기준 시점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 사이에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미 여러 차례 약가가 조정된 2026년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과거 약가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은 재정 소요, 환자 수, 사용량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지속해서 조정된다”며 “현재 시장과 급여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12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