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디어가 세계와 만날 때

김성근 충남창조경제센터 대표
김성근 충남창조경제센터 대표

1996년 엔지니어로 첫발을 내디딘 후 지난 28년간 모빌리티 산업의 현장에서 일하며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업 기회의 변화를 마주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최전선에는 놀랍도록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더욱 놀라운 열정과 속도로 구현해내는 스타트업들이 있었다.

그중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혁신 거점 구축 업무를 맡았을 때 지켜본 창업의 풍경은 지금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회의실 한쪽에는 이제 막 시작한 창업가가 있고, 화면 너머에는 지구 반대편의 투자자가 아이디어를 함께 검토하고 있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파트너들이 모여드는 그곳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이 아이디어가 세상의 어떤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가?'였다. 지역이라는 물리적 경계가 아이디어의 크기를 제한할 수 없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창업이란 세상에 없던 답을 찾아가는 험난한 과정이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개발 과정을 거치며, 나 역시 혁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하는지 가까이서 경험했다. 작은 아이디어가 진짜 사업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시장을 읽는 눈과 초기 실패를 버텨낼 단단함, 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나눠 질 동행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지난 7월 1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신임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으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그 동행의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라고 해서 그 무대가 충남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역이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 모빌리티 등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탄탄한 산업적 자산의 강점은 다른 지역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차별화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Local to Global' 비전을 세운 것도, 센터가 바로 그 동행자가 되겠다는 다짐에서다.

센터는 이미 이러한 든든한 동행을 위한 구체적인 길을 내고 있다. 유망 기업을 발굴해 초기 자금을 직접 투자하고 펀드를 조성하며, 충남의 탄탄한 대기업 산업 현장에 창업가들의 혁신 기술을 직접 연결하여 시장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만들고 있다.

나아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최초로 추진한 인도네시아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역시 단순 인프라 지원을 넘어,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기회를 포착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센터의 지원은 단순히 창업 기업 하나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종국에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살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인구 소멸이라는 지역의 근본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강력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딥테크 시대, 특히 전통 산업에 인공지능(AI)을 융합해야 하는 지금의 창업 환경은 더욱 척박하고 어려워졌다. 오랜 시간 기계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IT와 모바일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usiness Transformation) 담당자로 일해오며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혁신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창업가가 겪을 기술 구현의 막막함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두려움을 센터가 묵묵히 곁에서 돕고자 한다.

이러한 다짐을 바탕으로, 나는 충남의 15개 시·군, 지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을 낮추고 연결하는 '가교(Chief Connector)' 역할에 작은 힘을 보태려 한다. 오랜 시간 창업생태계를 지켜보며 확인한 원칙 하나는 어떤 기술이나 전략도 결국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창업가에게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신뢰가, 투자자와 협력 기관에는 실행 결과로 증명하는 신뢰가 필요하다.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화려한 성과보다 그 신뢰를 먼저 쌓아가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

충남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 수많은 사용자의 일상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그 찬란한 순간에 도달하는 모든 과정에서,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가장 미더운 동반자로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김성근 충남창조경제센터 대표 sungkeun.kim@ccei.kr

안수민 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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