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 창업 프로젝트 '모두의 창업' 지원자 모집을 둘러싼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단순히 사업계획서를 대신 써주는 수준을 넘어 대학 등 운영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참가자를 대거 모은 뒤 인공지능(AI)으로 지원서를 만들어 접수시키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15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 창업교육 업체는 A대학으로부터 500만원을 받고 참가자 100여명을 모집, 모두의 창업 지원을 대행했다. 참가자를 한 곳에 모은 뒤 업체가 세팅한 AI를 활용해 사업계획서를 만들도록 하고, 운영기관인 A대학으로 지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돈을 받고 지원자를 모아주겠다는 영업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일로다. 브로커 업체가 행사를 열어 일정 규모 참가자를 모아 실제 지원까지 연결한다. B대학 관계자는 “지원자를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제안이 드물지 않게 오간다”면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원자 부풀리기 배경에는 신청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 운영기관 선발 규모와 운영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모두의 창업은 지원자가 많이 몰릴수록 해당 기관을 통해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운영비도 차등 지급되는 구조다. 운영기관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지원자를 확보할수록 유리하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예비창업패키지 축소로 대학에 들어오는 사업비가 줄면서 부족해진 자금을 모두의 창업 운영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운영기관별 지원 현황이 공개되는 것도 모집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모두의 창업 홈페이지에서는 각 운영기관 지원율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지원자가 몰린 기관에는 '마감' 또는 '마감임박' 표시가 붙는다. 기관별 모집 성과가 사실상 순위처럼 드러난다. 운영기관으로서는 다른 곳보다 많은 지원자를 모아야 한다는 경쟁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두의 창업 홍보 행사 역시 사업을 알리는 것을 넘어 행사 참가자를 지원자로 전환하는 데 치중하는 모양새다. 모두의 창업 행사를 위탁 운영하는 C업체는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나기 전에 접수를 완료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행사 종료 전 '지원을 마쳐야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안내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는 앞서 예비창업패키지·청년창업사관학교, TIPS 등 중기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브로커 영업과 유사하다. 다만 과거에는 업체가 예비창업자를 직접 모집해 200만원 안팎의 비용을 받고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교육하거나 작성을 대행했다면, 이번에는 운영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지원자를 대량으로 확보해주는 방식으로 한층 진화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브로커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모두의 창업은 단계별 선발 구조를 두고 있어 브로커를 통해 들어오더라도 직접 발표를 거치면서 본인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로커 서비스는 단순 지원서 작성을 넘어 후속 단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하는 D업체는 AI로 1차 지원서 초안을 자동 생성해주는 데 이어 1라운드 진출자를 겨냥한 2라운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모두의 창업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지원자 수가 운영기관의 선발 가능 인원을 좌우하다 보니 창업 의지와 무관하게 일단 모수부터 키우는 구조가 됐다”며 “사업의 취지보다 지원자 숫자 경쟁이 앞서는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차 모두의 창업에는 15일 오후 1시 기준 4만8878명이 접수했다. 모집 마감은 오는 17일 오후 4시이다.
김성윤 기자 sy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