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이버보안 특화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공모에 착수했지만, 첫 단계부터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애초 정부의 대규모 AI 사업 공모 및 평가 일정 설계가 전혀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공표된 일정대로라면 이달 초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심사, 국민 AI 보편서비스 '모두의 AI' 공모, 그리고 '사이버보안 특화 AI' 공모 마감일이 줄줄이 몰렸다. 게다가 정부 전체 관심 사안인 '모두의 AI' 접수 마감이 돌연 18일로 연기되면서 보안 특화 AI 공모 마감(21일)과는 불과 사흘로 틈이 좁아졌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각 사업 참여를 고심하는 주요 AI 기업들로서는 시장성과 활용처가 큰 범용 AI 사업 대응을 우선시하면서 보안 특화 AI 참여를 후순위로 미룰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정 중첩과 우선 순위 밀림으로 인해 사이버보안 특화 AI 모델 확보라는 국가적 핵심 과제 자체가 경시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사이버보안 특화 AI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모두의 AI' 같은 범용 AI 시스템에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진단·보완하고, 향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개발 전반의 보안성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반 모델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정보 유출 우려로 해외 AI 활용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우리만의 독자적 보안 특화 모델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외 글로벌 SW 기업들이 대형 AI 연합체에 참여해 제품 출시나 상용모델 발표전 진단을 마치듯, 우리 SW 생태계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보안 특화 AI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 출발 단계부터 그 중요성이 한발 밀리면서 주요 AI 기업과 보안 전문 기업 간 컨소시엄 마저 뜨뜻미지근해진 상태다. 시장성이 한정적이라는 이유로 핵심 역량이 분산되고 사업 자체가 표류한다면 그 손실은 국가 생태계 전체로 돌아간다.
결국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전향적인 결단과 입장 변화가 절실하다. 일정을 무리하게 고수하며 기준에 맞는 기업이 없으면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수세적 방침은 국가 사이버 안보와 직결된 과제를 대하는 책임있는 자세로 비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소극적 미선정 방침에서 벗어나 아예 공모 일정을 업계의 준비 정도에 맞춰 늦추고, 확실한 기업 컨소시엄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일정을 재설계해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