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의 상수도 시스템을 겨냥한 연쇄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미 수사당국이 이란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환경보호청(EPA)은 현재까지 최소 7개 주에서 상수도 시설을 노린 해킹 시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시간주는 주내 9개 시설에서 해킹 흔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며, 미네소타주 역시 약 30여 개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공개했다.
이번 공격은 수질 측정, 화학물질 투입 농도, 수압 등을 제어하는 산업제어시스템(ICS)을 표적으로 삼았다. 수돗물 수질 변화나 식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사고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지방정부는 연쇄 시스템 마비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미 수사당국과 사이버 보안 업계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은 지난 2월 발발한 분쟁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중동 지역을 상대로 사이버 공세를 대폭 강화해 왔다. 특히 과거에도 미국의 상수도 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타깃으로 삼은 전력이 있어 이번 사건 역시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상수도 위협 정보 공유 단체 역시 내부 메모를 통해 이번 해킹 양상이 과거 이란 연계 해킹 조직의 전술과 일치한다고 진단했다. 미네소타주 브레이엄시의 네이트 조지 시장은 “FBI와 주 정부로부터 정보를 공유받고 있다”며 “당국이 이란의 소행임을 확신하면서도 공식 표명을 꺼리는 눈치”라고 전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알렉스 올리언스는 “이번 사건은 이란의 해킹 공세가 미국 본토의 핵심 기반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수준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연계설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피해를 공론화한 미네소타주를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보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사이버 공격은 없었다. 오히려 미네소타가 배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바로 현대 전쟁의 모습”이라며 사이버 위협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