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파는 통신과 센싱, 위치 인식, 에너지 전달, 안전, 국방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전파를 다루는 전자파 기술은 6세대(6G)통신, 양자 기술, 저궤도 위성통신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될수록 전파를 이해하고, 설계하고,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 수학교육 약화와 대학 전공학점 축소 등의 요인으로 전파 전문인력의 질적·양적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파 전문인력은 전자기학적 이해, RF 회로와 시스템 설계, 안테나 및 전파전파 특성, EMC, 레이더, 전파 측정과 검증 등 오랜 시간에 걸친 체계적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그렇기에 현재의 위기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산업 현장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대학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이 어느 수준의 전파 전문성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전자파학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공동으로 '전파특성화 교육 이수제'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회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전파 관련 교과목을 검토해 전파특성화 교과목으로 인정하고, 해당 교과목을 우수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이수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전파 교육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고, 전파 분야의 교육적 가치를 명확히 하며, 전파 관련 교과목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한국전자파학회는 제도의 주체로서 전파특성화 교과목의 학문적 타당성, 교육 내용의 충실성, 전파 분야 인재 양성 기여도를 중심으로 교과목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전파 분야 전문기관으로서 전파 관련 국가기술자격, 산업 현장의 직무역량, 전파 실무 분야의 교육 수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파특성화 교과목의 인정 기준과 운영 방향이 현장성을 갖추도록 자문과 검토에 기여한다. 이러한 협력은 이 제도가 학계 내부의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의 역량 수요와 연결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전파특성화 교육 이수제의 첫 번째 의미는 전파교육의 질적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학회는 전파 분야를 대표하는 학술 공동체로서 교과목의 명칭과 교육 내용, 전파 분야와의 관련성, 이론과 실무의 균형, 산업 및 연구 현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파특성화 교과목으로 인정한다. 이를 통해 해당 교과목이 전파 전문 인재 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고자 한다.
두 번째 의미는 학생들에게 전파 분야 전문성을 가시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전파특성화 교육 이수제는 학생들이 전자기파, RF, 안테나, EMC, 레이다, 전파 측정 등 핵심 분야를 학습했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될 것이며, 이는 취업과 진학 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파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이수제는 대학 교육과 산업 수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산업 현장은 RF 설계, 안테나 시스템, 무선 장비, 전파 인증, EMC 대응, 레이더 및 센서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파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전파특성화 교육 이수제는 대학의 교육 내용과 산업계의 인력 수요 사이에 공통의 기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전파 분야 인재를 보다 분명한 기순으로 발굴할 수 있고, 대학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전파특성화 교육 이수제가 대학 교육과 학생의 학습 성과를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변화의 실천적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전파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지속적인 교과목 운영, 실험·측정 인프라 확충, 산업계와의 연계, 정부와 전문기관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제도가 대한민국 전파 교육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고, 미래 전파 산업을 이끌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전자파학회 회장 ycpar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