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로봇부품 등 6대 분야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받는다.
재정경제부는 3일 발표한 핵심산업 부품의 실질적인 국내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현안에서 산업 부문 세제 혜택은 국내 공장에 설비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 실적을 내야 혜택이 커지도록 설계했다. 세액공제 규모는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물량에 품목별 기준공제액을 곱해 산정한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공장을 건설한 기업이 실제 제품을 생산·판매하면 그 물량이 늘어날수록 공제액도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의 중요성·유망성·지원 필요성 등을 검토해 구체적인 품목을 시행령으로 정한다. 지원 대상과 공제 단가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결정되는 만큼 실제 지원 효과는 향후 세부 설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어떤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AI로봇부품이 포함되는지가 기업별 혜택을 좌우하게 된다.

완성 전기차는 제외하고 고성능 양극재 등 이차전지 핵심 품목을 포함시켰다. 최종 제품보다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부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판단이다. 태양광과 풍력도 발전설비 전체가 아닌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태양광은 고성능 모듈과 태양전지, 풍력은 나셀과 블레이드 등 공급망에서 중요도가 높은 품목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기차 자체보다는 전기차의 핵심인 이차전지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10년간 운영한다. 다만 기업이 세제지원 종료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마지막 3년에는 공제액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점감구조를 적용한다.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지 않도록 적응기간을 두는 조치다.
통합투자세액공제와는 중복 적용하지 않는다. 동일한 사업에 설비투자와 생산을 이유로 이중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생산한 물량은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지방에서 생산하면 기준공제액에 지역별 계수를 적용해 혜택을 늘린다. 인구감소지역 등 우대지역에는 기준공제액의 1.5배를 적용한다.
R&D비용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에도 같은 지역 차등 구조를 도입한다. 수도권을 1로 놓고 비수도권 광역시는 1.1, 기타 비수도권은 1.3, 인구감소지역 등은 최대 1.5를 적용한다. 기업이 같은 규모의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공제액이 최대 50% 차이 나는 셈이다.
정부는 세제상 차이를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방 이전이나 특구 입주에 따른 세액감면을 받은 기업은 감면액의 30% 이상을 이전 지역의 투자·R&D·고용·상생협력에 다시 써야 한다. 지방으로 형식상 주소만 옮기거나 고용을 줄이면 감면 대상에서 배제한다.
에너지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세제도 보강한다. 국가전략기술의 수소 분야를 '미래형 에너지'로 확대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소형모듈원자로(MMR)를 추가했다.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연구개발 목적으로 구입하는 자율주행차에는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한다. 일반적으로 승용차 구입비는 매입세액공제 대상이 아니지만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직접 쓰이는 차량은 연구장비 성격을 인정한 것이다.
성장기업이 중소기업 기준을 벗어나면서 세제 혜택이 갑자기 끊기는 문제도 개선한다. 현재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뒤 5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혜택이 즉시 사라진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과 영상·웹툰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에 3년의 점감구간을 추가한다.
벤처투자 세제지원이 적용되는 기업의 업력 요건은 7년에서 10년으로 완화한다. 창업 후 7년이 지난 벤처기업까지 세제지원 범위를 넓혀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인구감소지역과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있는 벤처기업에는 공제율을 추가로 높인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와 생산적 금융 ISA를 결합해 첨단산업의 생산과 자금 조달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생산적 금융 ISA로 국내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되 국내 상장 해외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배당소득에는 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구 부총리는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고, 시중 자금이 우리 경제의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