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의 경쟁 축이 콘텐츠 물량 확보에서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발견'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방대한 라이브러리에 쌓인 작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굴해 보여주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HBO맥스 등 주요 OTT는 AI 기반 콘텐츠 추천·탐색 기능을 잇달아 고도화하고 있다.
HBO맥스는 지난달 28일 세로형 숏폼 피드 'HBO맥스 쇼츠'를 도입했다. 단순히 짧은 영상을 모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장면 단위 메타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발견 잠재력' 점수를 매긴 뒤 이용자별 시청 이력에 맞춰 클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클립을 보다가 곧바로 본편 시청으로 넘어가거나 시청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쇼츠와 함께 작품 제목이나 키워드 대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콘텐츠를 검색하는 AI 대화형 검색도 도입할 예정이다.
리젤 킵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제품관리 부사장은 “새로운 모바일 기능들은 구독자가 매일 사용하는 직관적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며 “콘텐츠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독자가 볼거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도 지난 7월 세로형 피드 '클립스(Clips)'를 한국·일본 등에 우선 적용했다. 숏폼 클립에서 본편 시청으로 이용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클립스 기능으로 짧은 영상을 감상한 뒤 바로 본편을 시청하거나 콘텐츠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가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는 가입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국내에서도 티빙이 개인화 추천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로 이용자별 탐색 효율을 높이고 있다.
OTT들이 발견 기능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이탈률 증가가 있다. 스트리밍 구독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평균 이탈률은 2019년 약 2%에서 2025년 초 5.5%로 크게 높아졌다. 요금 인상과 플랫폼 파편화, '볼 것이 없다'는 피로감이 겹치면서 구독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쉽게 서비스를 갈아탄다.
특히 스트리밍은 보고 싶은 작품 하나 때문에 가입했다가 그것만 보고 곧바로 해지하는 '몰아보고 해지'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런 구조에서 가입 직후 볼 만한 콘텐츠를 빠르게 찾아주는 것이 이탈을 막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앱을 연 뒤 72시간 안에 콘텐츠를 시청한 구독자는 그렇지 않은 구독자보다 유지율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도 이용자가 볼 것을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정확히 연결해주는 발견 역량이 앞으로 OTT의 구독 유지와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