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주요 통신사가 인공지능(AI) 토큰 사업으로 지난 1분기에만 2조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AI 토큰 사용량을 계량·과금·정산하는 '토큰 경제'가 음성·데이터를 잇는 통신사 차세대 수익 모델로 떠오르면서 한국에서도 가능성 검토를 넘어 사업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국내외 토큰 경제 현황과 사업화 가능성을 분석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는 올해 1분기 토큰 사업으로 총 98억위안(약 2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토큰 요금제의 개인 가입자는 총 3950만명, 기업 고객은 10만6000곳을 넘어섰다.
토큰은 AI가 읽고 쓰는 최소 처리 단위다. 중국 통신사는 이같은 월정액 형태의 토큰 사업으로 수익화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과금은 통신 상품에 AI를 얹은 결합형과 토큰만 따로 파는 단품형 두 종류로 설계됐다.
차이나유니콤 결합 요금제는 월 359위안에 데이터와 인터넷을 제공하면서 AI 클라우드 PC와 딥시크·지푸 GLM 등 모델 요청 9만회를 함께 준다. 단품형은 토큰을 데이터처럼 용량 단위로 판다. 토큰 플랜은 월 7.5위안에 100만토큰, 22.5위안에 1000만토큰을 제공한다. 개발자를 겨냥한 코딩 플랜은 토큰이 아닌 API 호출 횟수로 과금한다.
이용 방식은 통신사가 여러 모델을 중개하는 구조다. 가입자가 개발 용도와 멀티모달 처리에 각기 다른 모델을 조합해 쓰는 식이다. 모델별로 토큰 소진 속도가 다른 만큼 실시간 사용량 조회를 제공하고 소진량을 공개한다.
수익은 이용자와 AI 모델·컴퓨팅 인프라를 중개하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기존 채널로 고객을 확보한 뒤 토큰 허브에서 모델 라우팅과 정산을 처리한다. 다만 중국 모델은 통신망을 AI화한 것이 아니라 AI 사용량을 통신사식 과금 체계에 얹은 것에 가깝다. 차이나유니콤뿐 아니라 차이나텔레콤도 기업 고객을 겨냥한 토큰 허브를 공개했고, 차이나모바일 역시 AI 토큰 상용화 전담 조직을 꾸렸다.

해당 자료는 AI 사용량을 측정하고 비용을 최적화하는 토큰 경제를 통신사의 새로운 사업 확장 기회로 제시했다.
배경에는 AI 시대 통신사 입지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한다. 통신망 고도화가 곧 서비스 진화로 이어지던 LTE와 달리, 5G 이후 혁신 주도권이 클라우드로 넘어가고 AI 생태계마저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 6G에서도 통신망이 AI 데이터를 나르는 '덤파이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서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KT는 토큰 이용량에 따라 과금을 통합하고 운영하는 플랫폼 '토큰 팩토리'를 신사업으로 내세웠다. 전국에 포진한 AIDC와 토큰 최적화 엔진을 결합, 토큰 생성·중개·과금을 지원하는 게이트웨이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도 15GW급 AI 팩토리를 앞세워 토큰을 생산·수출하는 지능 공장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구체적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6G가 현실세계 AI를 최소 토큰 비용으로 완수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 진화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토큰 사업의 핵심이 모델과 GPU, 전력, 캐시, 라우팅을 함께 최적화하는 기술로 보고 있다. 간단한 요청은 저비용 모델로 보내고 반복되는 문맥은 캐시로 대체하는 식이다. 처리 시점을 분산해 GPU 이용률을 높이거나 전력·냉각 효율을 개선해 와트당 토큰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도 AIDC를 보유한 통신사가 유리한 영역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