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조이되 실수요는 탄력 관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 전자신문 DB]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 전자신문 DB]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잔금대출 등 실수요 대출에는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실수요 대출 공급으로 은행의 연간 관리목표가 다소 초과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발표할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을 앞두고 하반기 잔금대출과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수요 등을 반영해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별 목표 자체를 늘릴지, 특정 대출에 추가 여력을 부여할지 등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방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와 5대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 간 회의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금융위는 집단대출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실수요 집단대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가 집단대출 공급으로 연간 관리목표를 일부 초과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총량규제 예외와 관련된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빠듯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연간 가계대출 증가목표는 총 4조3363억원이지만 7월 말까지 증가액은 6조3821억원으로 이미 목표를 넘어섰다.

반면 잔금·중도금대출은 분양계약과 입주 일정에 따라 실행 시점이 정해져 있어 일반적인 개별 주택담보대출보다 공급 시기를 조절하기 어렵다. 은행이 총량을 맞추기 위해 취급을 급격히 줄이면 이미 계약한 수분양자의 입주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대출도 정비사업 일정과 맞물려 있다.

중·저신용자 금융에도 별도 공급 유인이 주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전 금융권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31조9000억원으로 정했다. 정책 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에는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서민·취약 차주의 금융 접근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상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가 총량 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출 성격에 따라 관리 강도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세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주택 매입 등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출은 계속 억제하면서 이미 계약이 이뤄진 입주자금이나 정책적으로 공급이 필요한 대출에는 상대적으로 여력을 두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가계대출이 목표를 얼마나 초과했는지만 볼 게 아니라 어떤 대출 때문에 늘었는지도 함께 봐야 할 것”이라며 “실수요 집단대출이나 정책적으로 공급이 필요한 대출까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기준으로 묶으면 총량 관리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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