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에 못 미치는 임상 결과로 상반기 위축됐던 국내 바이오 업계가 하반기 주요 임상·허가 성적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리바이오를 비롯해 코오롱티슈진, 앱클론, HLB 등이 잇따라 주요 임상 결과 발표와 허가 절차를 앞두면서 투자심리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 중 하나는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다.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13개국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임상 3상을 공식 종료했다. 현재 데이터 정제와 검증 작업을 진행하며 톱라인 결과 도출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10월께 톱라인 결과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학회(CTAD 2026)에서 52주 유효성과 안전성 등 임상 3상 세부 결과를 공개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직접 수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라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어 결과에 따라 국내 바이오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코오롱티슈진도 10월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의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 톱라인 결과에서 TG-C 투여군의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위약군 반응이 높게 나타나 투여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장 실망감이 컸다.
두 번째 임상 3상은 첫 번째 임상과 시험 설계는 동일하지만 참여 의료기관, 의료진, 환자군이 다르다. 두 번째 임상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미국 상업화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HLB는 다음달 말 담도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으로 허가에 도전한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FGFR2) 표적항암제로 담관암 2차 치료제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FDA 레이트 사이클 미팅이 특별한 이견 없이 완료됨에 따라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앞서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중국 항서제약 제조시설에 대한 일반 cGMP 실사에서 지적 사항이 확인된 것이 원인이었다. 신약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제조시설 관련 사안이라는 점에서는 임상 실패와 성격이 다르다. 다만 세 차례에 걸쳐 허가가 지연되면서 미국 시장 진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앱클론은 재발·불응성 혈액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AT101'(제품명 네스페셀)의 국내 신속허가·조건부 허가를 연말까지 신청할 계획이다. 조건부 허가를 획득하면 내년부터 국내 상업화와 기술이전 등을 통한 매출 발생도 기대할 수 있다.
AT101은 임상 2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94%, 완전관해율(CR) 68%를 기록했다. 앱클론은 이를 토대로 기존 CAR-T 치료제와의 경쟁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내 허가와 함께 글로벌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