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KEPCO)가 2026년 상반기 4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상반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하지만 전력 판매량 감소와 연료비 상승 등으로 흑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쪼그라들었다.
12일 한전의 2026년 상반기 결산 결과(연결 기준)에 따르면 매출액은 46조3173억원, 영업비용은 41조4046억원,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432억원(0.3%) 증가했지만, 정작 영업이익은 9768억원(16.6%)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1.0%나 급감한 2조7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증발한 핵심 원인은 '전력 판매량 하락'과 '연료비 상승'이다. 전기 판매 단가는 167.6원/kWh로 전년 동기(167.5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체 판매량(266.7TWh)이 0.6% 줄어들면서 전기판매수익이 1934억원(0.4%) 감소했다.

반면 한전이 지출하는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10조1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8177억원) 급증했다. 민간 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 오는 구입전력비를 아끼기 위해 석탄발전 출력제한을 상향해 자체 석탄 발전기 가동을 늘렸지만, 국제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전력 판매량도 둔화했다.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 기업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전력 직접구매 등 우회로를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계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중국 등 경쟁국보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전이 장부상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규모만 133조3000억원이 남아 있다. 한전이 하루에 갚아야 하는 이자 비용만 115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전력망 확충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전은 송전제약 완화 등 계통운영방안 개선을 통해 구입전력비를 줄이고, 사업 우선순위를 고려한 투자 시기 조정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2023년 47조8000억원이던 별도 기준 누적 영업적자는 올해 상반기 34조원 수준으로 줄었고, 차입금도 84조8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국제 유가 및 환율 상승 여파가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한전의 재무 정상화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둘러싼 딜레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