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꿀밤, 화풀이 아니었다… “영역 다툼하는 물고기만 때려”

문어.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어.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야생 문어가 자신에게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영역성 물고기를 향해 다리로 '후려치기' 공격을 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생의학 연구소의 미카엘라 페레이라 안드라데 박사후 연구원과 브라질 ABC 연방대학교 찰스 모피 산토스 부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공격적인 행동이 “무차별적인 화풀이가 아니라 상대 물고기의 행동 패턴에 맞춘 정교한 대응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학술지 '행동 프로세스'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브라질 북동부 연안과 해양 섬 일대에서 어린 브라질리언 리프 문어 38마리와 10종의 리프 물고기 간 상호작용 101건을 관찰·분석했다.

연구 결과, 어린 문어는 상대 물고기가 텃세를 부리는 영역성 종인지, 단지 주변을 따라다니는 비영역성 종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행동 패턴을 보였다.

자리돔과 등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물고기와 만났을 때 상호작용 시간은 평균 14초로 짧고 격렬했다. 물고기가 문어를 향해 찌르거나 잽을 날리면, 문어는 몸을 찌푸리거나 억센 다리로 물고기를 후려치는 빠른 방어 행동을 취했다.

반면 블루탱처럼 문어의 먹이 활동을 따라다니는 비영역성 물고기와의 상호작용은 평균 46초 동안 지속됐다. 물고기가 문어 주변을 돌거나 따라다녀도 문어는 특별한 경계 없이 먹이 탐색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연구진은 영역성 물고기가 접근하거나 공격할 때 문어가 몸의 절반에만 동그란 흰 점무늬를 띠는 '하프 블로치(half-blotch · 반쪽 얼룩)'라는 특이한 피부 패턴을 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물고기를 향한 쪽 몸면에만 이 패턴을 노출하자 접근하던 물고기가 물러서는 경향을 보였으며, 연구진은 이를 일종의 경고 신호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찰 과정에서 어린 문어들마다 수줍음이 많거나 반사 신경이 더 예민한 경우 등 개별적인 개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중 촬영 중 문어들이 카메라에 호기심을 보이며 손을 뻗거나, 잠수용 납 무게추를 빼앗아 자신의 굴로 가져가는 이색적인 모습도 포착됐다.

연구 공동 저자인 제니퍼 매더 전 레스브리지 대학교 연구원은 “문어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야생에서 문어를 만났을 때 문어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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