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장애가 새 장애 유형으로 인정된 것은 없던 장애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평생 인슐린·의료기기에 의존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제야 정당하게 인정받은 것입니다. 결승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췌장장애가 복지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환영하면서도, 아직 갈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심장·신장·간 등 다른 장기의 중대한 기능 손상과 달리 평생 인슐린에 의존해야 하는 췌장 기능 손상은 오랫동안 제도 밖에 머물러 있었다. 이것이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세 살 때 1형당뇨병을 진단받은 아들 손끝 채혈을 지켜보다 환우회 활동에 뛰어들어 환우 목소리를 모아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해왔다. 후천적 질환인 2형 당뇨와 달리 1형당뇨병의 부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환자는 음식·운동·수면·스트레스까지 고려해 매 순간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그는 “혈당관리는 24시간 365일 멈출 수 없는 일인데 밖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학교·직장·군복무 등 삶 분기점마다 질환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그 부담에 질환을 숨기다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강조했다.
이 부담을 덜어준 기술이 연속혈당측정기(CGM)다. 김 대표는 “손끝 채혈이 한순간의 혈당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면 CGM은 혈당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며 “위험한 저·고혈당을 미리 알려줘 환자가 혈당 불안이 아닌 삶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의료기기”라고 전했다.
CGM 도입 전에는 야간 저혈당 우려에 부모가 밤마다 잠든 아이 손끝을 찔러야 했다. 지금은 알림을 받고 미리 대응하며 원격으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아이의 독립적 생활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가장 큰 장벽은 비용 구조다. 건강보험이 지원돼도 환자가 기기를 선결제한 뒤 나중에 돌려받는 '요양비 방식'이라 초기 금전 부담과 반복되는 행정 절차가 남는다. 소아·청소년과 성인 간 지원 비율 차이도 한계다.
그는 “성인이 된다고 혈당관리 필요성과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게 아닌데도 지원이 축소돼, 필요한 기기를 충분히 쓰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치형 인슐린펌프나 피부 보호용품 등 실관리에 필수적인 품목 상당수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점, 고령자를 위한 기기 활용 교육 부재 등도 제도 사각지대로 짚었다.

췌장장애 인정이 이 비용·제도 구조를 바꾸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요구다.
김 대표는 “성인 췌장장애인에게 소아·청소년과 동일한 수준의 요양비를 지원하고, 등록 기준에 못 미치는 성인 환자도 지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CGM 역시 의약품처럼 판매처에서 즉시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만 결제하는 '요양급여'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기 단가 중심이 아닌 환자가 평생 질환을 관리하는 전체 생애주기 비용과 환경을 포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돌봄 현장 제도 공백도 우려했다. 학교 내 혈당관리가 교사나 보호자 개인의 배려에 의존하는 탓에 매해 학기 초마다 질환을 새로 설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와 연동한 스마트폰 교내 사용 기준 명확화와 학생별 맞춤형 건강관리 계획·응급 대응 매뉴얼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사회 전체가 혈당 수치 너머에 있는 1형당뇨 환자의 삶을 챙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