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그룹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의 표적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 적응증 영역이 기존 고형암에서 바이러스 연관 혈액암까지 넓어질 학술 근거가 확보됐다. 새 종양 유발 기전이 규명되며 표적 치료 범용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럴먼 의대 얼 로버트슨 교수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게재 논문을 통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카포시육종연관헤르페스바이러스(KSHV) 등 인간 감마헤르페스바이러스가 림프종 발생 과정에서 FGFR2(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발현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군은 면역세포 잠복 후 신체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체내에 감염된 특정 바이러스가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FGFR2)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내 혈액암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세포 안 효소 수백종을 한꺼번에 훑는 스크리닝과 환자 종양 데이터 분석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림프종에서 FGFR2가 선택적으로 과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에서만 유독 활발히 작동하는 인자를 골라낸 것이다.
질병 기전도 밝혀졌다. 몸속에 숨어 지내는 바이러스가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 FGFR2 유전자의 스위치를 켠다.
이렇게 켜진 FGFR2가 세포 안 신호를 증폭시켜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하도록 만든다. 바이러스가 자기 생존을 위해 숙주 세포 스위치를 조작하는 과정이 곧 암세포를 키우는 경로가 되는 셈이다.
이 기전을 바탕으로 표적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항종양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이 FGFR2 억제제 리라푸그라티닙을 이 림프종 모델에 적용하자 FGFR2 신호 경로가 차단되며 종양 성장이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유전자 융합·재배열이 확인된 환자에게만 적용됐던 표적 치료 기준을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전자 변이 없이 바이러스 감염만으로도 신호가 켜지는 새로운 타깃 경로를 제시했다는 게 연구진 측 설명이다. 관련 환자를 선별하는 기준이 추가로 확보됐다.
이러한 학술적 배경은 엘레바가 추진 중인 적응증 확장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된 진행성 담관암을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오는 9월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아울러 엘레바는 발생 장기가 아닌 FGFR2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는 다수 고형암 대상 적응증 확장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HLB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에 힘입어 리라푸그라티닙이 기존 FGFR2 융합·재배열 중심 영역을 넘어 더 큰 잠재력(적응증)을 지닌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밀의료 분야가 암종 중심에서 바이오마커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FGFR2 표적 치료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엘레바 임상과 무관한 학술 목적 연구다. 약물은 기전 검증을 위한 수단이다. 세포·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렀다는 점도 연구 한계로 꼽힌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