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AI시대의 새로운 대학모델

최양희 한림대학교 총장
최양희 한림대학교 총장

매일 아침 인공지능(AI)이 내게 보내는 뉴스의 반은 AI에 관한 것들이다. 거의 매일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AI 솔루션과 에이전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AI 시대에 일어나는 세상의 변화 앞에서 걱정이 앞선다. 나는, 내가 일하는 대학은, 우리 지역은, 우리나라는 이 거대한 AI 혁명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AI 선도국가는 1년,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이 있는가. 인간을 초월하는 초지능이 늦어도 5년 이내에 세상을 지배할 텐데 무슨 대비를 해야 할까.

AI 혁명은 이미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수많은 일자리들을 AI 에이전트와 로봇이 대체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지금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AI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AI가 인류의 난제를 풀고, 신물질을 만들고, 질병을 퇴치하는 전례 없는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방황과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들도 AI의 미래를 주도할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학위의 위신은 사라졌고, 상아탑의 권위도 다 허물어졌다.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AI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학의 역할과 운영방식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1000년 가까이 인간 세상을 주도해 온 최고의 기관들도 소멸할 수 있다.

지금의 대학들은 경직된 학문의 보호막 속에서 학위 취득에 필요한 기간을 학사 4년, 석사 2년으로 고정하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도 인간이 그렇게 많은 과목을 배우고 이해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 전공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15주 수업이 필요할까. 교육방식과 과목 구성, 전공 체계의 대전환이 AI와 함께 도래할 것이다. 대학 구조의 혁신은 피할 수 없으며 남은 시간은 단 몇 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대학의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산업문명 시대의 경직된 연구와 학과 중심으로 고착화된 현 대학 구조는 교원의 인사, 예산, 교육과정을 개별 학과 안에 가두어 버렸다. 지금 우리 대학들의 교육 방식으로 AI 문명이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고도의 협력을 요구하는 과제들에 대처할 수 없다. 한계에 직면한 대학의 경직적 학사 구조를 혁신하고, 경계와 구분을 뛰어넘는 입체적 매트릭스 연구·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림대는 의료·바이오, AI, 인문사회 분야의 학과와 전공들을 '3대 융합 클러스터'로 통합해 미래 대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과감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한림대는 3대 융합클러스터 중심으로 전공과 학과의 벽을 넘어 생태적이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융합적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을 이끌어가는 혁신적 대학의 롤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은 교원 인사 및 연구 체제의 매트릭스(Matrix) 전환,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개편, 지산학(地産學) 연계 및 지역 혁신 거점화 등으로 AI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체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학과의 벽을 허물고 변화하는 사회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대학의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문 생태계의 유연화를 통해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형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변화하는 실용적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대학의 도전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유연하고 민첩한(Agile) 미래형 대학'의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AI 혁명이 대학에 요구하는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할 때, 한림대가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고등교육 혁신의 진정한 의미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혁신에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 yanghee.choi@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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