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하만 카랩에서 경험한 소리의 진화

하만 카랩 청음실
하만 카랩 청음실

자동차 실내는 엔진 및 노면 소음, 비대칭적인 스피커 위치, 유리창의 반사음 등으로 인해 음향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공간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하만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이같은 제약투성이의 이동 공간을 나만의 전용 프라이빗 콘서트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서울 염곡동에 위치한 하만 카랩을 찾아 카오디오 개발 과정을 둘러보고, 최고급 청음실에서 구현되는 하만의 차세대 어쿠스틱 사운드 기술력을 체험했다.

하만 코리아 어쿠스틱 시스템 엔지니어링(ASE) 팀은 차량 사운드 시스템 개발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문소연 ASE 팀 디렉터는 “ASE는 단순한 오디오 엔지니어링이 아닌 물리학적 접근이 필요한 '어쿠스틱 엔지니어링'을 수행한다”며 “차량 내 진동과 공간 특성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어쿠스틱 환경을 연구하고, 차량 개발 초기부터 완성차 제조사와 협업해 최적의 스피커, 앰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및 튜닝 프로세스를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하만은 엔지니어들이 이상적인 음향 환경의 기준을 잡고, 신기술 및 선행 기술을 연구·테스트할 수 있는 최적의 레퍼런스 공간으로 서울 염곡동 '하만 카랩 청음실'을 대폭 강화했다.

문소연 하만인터내셔널 코리아 ASE 팀 디렉터가 카랩과 청음실에 대해 설명했다.
문소연 하만인터내셔널 코리아 ASE 팀 디렉터가 카랩과 청음실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차량에 적용된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모델에 탑승했다. 차량에는 하만과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의 협업으로 완성된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시동을 걸자 대시보드 양 끝에서 뱅앤올룹슨 특유의 '전동 팝업 어쿠스틱 렌즈 트위터'가 천천히 올라왔다. 차량 실내에는 총 23개 스피커와 8개 마이크, 그리고 천장의 헤드라이너 스피커가 입체적인 음향 레이어를 형성했다. 음악이 재생되자 보컬 음성은 대시보드 중앙에 정확히 맺혔고, 악기 소리들은 좌우로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또한, 직관적 사운드 제어 유저 인터페이스인 '베오소닉'을 통해 '밝음', '활동적', '편안함', '따뜻함' 등 감성적인 언어로 조작하자 사운드의 성향이 즉각적으로 변모했다.

G90 사운드 핵심은 하만의 독자적인 공간 음향 기술 '버추얼 베뉴 라이브'였다. 실제 명문 공연장의 임펄스 반응을 측정해 데이터화한 기술은 차량 내부를 순식간에 세계적인 음악 성지로 바꿨다.

'보스턴 심포니 홀' 모드에서는 클래식 전용 홀 특유의 깊고 자연스러운 잔향이 퍼졌고,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모드를 선택하자 대형 콘서트장 특유의 넓은 개방감과 현장감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차량 내 8개 마이크가 탑승자의 목소리와 박수 소리까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공연장 반응으로 반환해 주는 기능 덕분에 실제 객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입체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제네시스 G90의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의 버추얼 베뉴 선택 화면.
제네시스 G90의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의 버추얼 베뉴 선택 화면.

G90에서 체험을 마친 이후, 방금 느꼈던 음장의 모태이자 '사운드의 기준점'이 만들어지는 '하만 카랩 청음실'로 이동했다.

스튜디오브릭스사의 최첨단 모듈식 방음 부스(넓이 4.8m, 깊이 7m, 높이 3m)로 조성된 청음실은 외부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정숙함을 자랑했다. 벽면 곳곳에는 입·출력 패널과 원격 제어가 가능한 다채널 디지털 콘솔이 갖춰져 최상의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메인 스테레오 레퍼런스 스피커 '뱅앤올룹슨 베오랩 50(Beolab 50)'은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각 악기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낼 정도의 섬세한 분리감과 원음 그대로의 정교한 밸런스를 선보였다.

이어 진행된 7.1.4 채널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 시연에서는 JBL 708P 레퍼런스 모니터 7대와 705P 4대, JBL 신세시스 SDP-55 A/V 프로세서가 뿜어내는 입체 음향이 펼쳐졌다. 소리가 머리 위와 뒤쪽까지 자연스럽게 밀려들며 실제 소리의 공간 이동을 완벽히 재현했다.

최유석 ASE 팀 프로는 “이상적인 청음 환경에서 완벽한 '레퍼런스 사운드'를 정립하는 것이 카오디오 튜닝의 출발점”이라며 “이곳에서 확보한 기준 데이터와 버추얼 베뉴 라이브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복잡한 차량 실내 공간에서도 동일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수많은 정밀 튜닝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에 채택된 헤드라이너 스피커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에 채택된 헤드라이너 스피커

하만 카랩에서는 카오디오가 단순한 부속품을 넘어 차량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실감했다. 물리학적 어쿠스틱 연구와 타협 없는 레퍼런스 청음실, 그리고 이를 차량 내부로 옮겨온 첨단 공간 음향 알고리즘의 결합은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를 최고의 프라이빗 문화 공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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