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업 현장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역설적으로 사람의 몫을 다시 묻는 질문이 늘고 있다. 보고서 초안도, 코드도, 신사업 밑그림도 AI가 몇 초 만에 내놓는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운영관리(Operations Management)를 전공한 경영학자가 내놓은 대답은 '결정'이다.
정욱 동국대 경영대학장(경영전문대학원장 겸임)이 신간 '깊이의 기술 — AI는 답하고, 인간은 결정한다'를 펴냈다. 영문판 'The Art of Depth'도 아마존을 통해 동시 출간했다.
책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답이 흔해질수록 스스로 깊이 사고하고 결정하는 능력은 오히려 귀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보 과잉 시대에 가장 희소해진 자원으로 '주의력'을 지목한다. 만성적 번아웃 역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시스템의 운영 실패'로 진단한다. 설비 가동률과 공정 불량률을 관리하듯 사고의 품질도 관리 대상이라는 시각이다.
주목할 대목은 저자가 꺼내 든 도구가 명상(Meditation)이라는 점이다. 다만 종교색이나 신비주의는 걷어냈다. 저자는 명상을 자신의 학문 언어로 다시 읽는다. 마음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주의력이라는 희소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사고의 품질을 어떻게 측정하고 개선할지, 좋은 결정을 어떻게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로 설계할지를 묻는다. 신경과학의 실증 근거에 불교·도가·유가와 서양 스토아 전통의 통찰을 함께 엮었다.

구성은 진단·이해·실천·확장 4부다. 우리가 왜 얕아지는지 짚은 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저녁 10분에서 시작하는 실천법으로 넘어간다.
4부 '명상경영'은 개인을 넘어 조직을 겨냥한다. 리더의 의사결정과 감정 조절, 팀 동학과 조직문화, 불확실성 속 전략적 통찰을 차례로 다룬다. 부록에는 8주 실천 키트와 리더·인사(HR) 담당자를 위한 조직 도입 플레이북을 실었다. AI 전환기에 인재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 실무자가 곧바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운영관리 석사와 산업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SCM사업단 책임컨설턴트를 거쳐 2006년부터 동국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생산운영관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와 품질경영, 공급사슬관리가 주 연구 분야다.
집필의 출발점은 개인적 자각이었다. 저자는 “평생 조직의 프로세스와 공급망, 의사결정의 효율과 품질을 연구해 왔지만 정작 나 자신이라는 시스템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답이라기보다 질문에 가까운 글”이라고 표현했다.
두 판본 모두 주문형 출판(POD) 방식이어서 서점 매대에는 놓이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그때 한 권씩 인쇄돼 배송된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