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40조원 돌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초과 세수로 인한 재정 확장 기조 속에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까닭이다.
정부는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한다. 이날 의결 후 공개되는 정부안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도 포함된다. 정부 R&D 예산의 배분·조정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그동안 각 부처, 예산 당국과 R&D 규모를 협의해 왔다.

올해 정부 R&D 예산 규모는 약 35조5000억원이다. 2025년 약 29조6000억원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 시기 삭감된 국가 R&D 예산의 복구를 넘어 과감한 투자로 과학기술을 대한민국 성장 중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내년 정부 R&D 예산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앞서 총지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기조를 내세웠는데, 기획예산처가 반도체 호황으로 확대된 재정 여력에 힘입어 내년 정부 예산을 8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기획위에서 정부 R&D 투자를 국가 총지출의 5%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약속했다”면서 “해당 내용을 내년 예산에 단순 대입하면 R&D 투자는 40조원이 넘는데, 3대 메가 프로젝트와 AI 강국 전환 등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5일 가진 2027년도 예산안 협의에서도 AI·3대 메가 프로젝트, 미래 성장엔진 확충, 지방 주도 성장 지원 등을 집중 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 노하우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 프런티어급 AI 모델 개발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공급, 2030년 달 착륙 연구 지원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과기정통부는 로봇, 첨단바이오, 미래에너지 등 8대 분야 12대 국가 난제를 AI로 해결하는 도전형 R&D 프로젝트 'K-문샷'을 내년 본격화하고, 이달 초에는 10~20년 후 국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양자·우주항공 등에 투자하는 'SEED 프로젝트' 추진 방안도 내놨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에서 4년간 각각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미래 유망기술 개발과 사업화 방안을 직접 찾는 '지역 자율 R&D 사업'은 막바지까지 예산 증액을 협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타 부처에도 대형 첨단기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예산 증액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후 국회 의결을 거쳐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R&D 예산의 대대적인 증액과 별개로 편성 절차 투명화는 숙제다. 과학기술기본법은 매년 6월 30일까지 과기자문회의의 정부 R&D 사업 심의 결과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올해 과기혁신본부는 예산 규모 미확정을 이유로 심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자문회의 심의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돼 예산 당국의 편성 권한만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정부 지출 규모 확정이 늦어지면서 부득이하게 비공개로 심의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