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만으로 글자 입력과 조작이 가능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친다. 2035년 국산 BCI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는 임상과 실증, 뇌지도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는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 국가에 버금가는 임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BCI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했다. 한국BCI협회, 한국BCI학회, 과기정통부 등이 참여한 얼라이언스는 연구개발(R&D), 사업화, 기반 조성 등 3개 분과를 운영하며 국내 BCI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백남종 한국BCI협회장(서울대병원장)이 초대 공동 의장을 맡는다.
BCI는 인간 뇌 신경 신호와 컴퓨터 등 외부 기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BCI가 상용화되면 사지마비, 뇌 질환 등 신체장애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 여러 감각을 전달하는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2029년 출시를 목표로 BCI 제품을 개발 중이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BCI 선도기업 2~3곳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BC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인 '7대 SEED'와 'K-문샷'에 포함했다. 2029년까지 BCI 기술 실증을 완료한 후 임상시험에 착수하고, 2035년까지 BCI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과기정통부는 내년 브레인링크 이니셔티브 사업단을 출범한다.
사업단은 사지마비, 뇌 질환 환자를 위한 BCI 제품 실증·상용화를 지원한다. 뇌 산업에 특화된 전임상시험 환경 조성과 뇌 구조·기능 데이터베이스(DB)인 뇌지도 제작으로 BCI 개발을 돕기로 했다. 이날 대학과 기업, 병원, 규제기관 관계자들도 각각 BCI 인프라 구축, 산업 육성, 임상 적용, 인허가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산·학·연·병 관계자들은 BC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은 일찌감치 BCI 개발에 돌입하며 '꿈의 기술'을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시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달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손 움직임에 장애가 생긴 환자에게 침습형 BCI 시스템 '네오'를 이식했다. 스타트업 보루이캉이 개발한 네오는 지난 3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의 상용 BCI 제품이 됐다. 미국 뉴럴링크는 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BCI 첫 제품 '텔레파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BCI협회 소속 산업계 기업은 와이브레인이 유일할 정도로 국내는 BCI 생태계가 극초기 단계다. 뇌에 컴퓨터 칩을 직접 이식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BCI 임상 기준 마련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2030년 상용화를 예상했던 BCI 기술을 중국은 이미 올해 3월 제품 허가를 마치고 실제 환자 시술에 돌입했지만, 한국은 뇌 생체적합성을 테스트할 공인 인프라조차 없어 비싼 돈을 들여 중국으로 건너가 전임상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는 “BCI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대학, 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BCI 개발 과정에 마주치는 여러 문제를 함께 극복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현장 의견을 경청하며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