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투자에는 신중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을 확대해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허접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최근 경영권을 확보한 디지털엑스 임직원들과 만찬을 갖고 “배당을 많이 했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겨났겠느냐”며 기업이 배당보다 자본 축적과 성장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주주환원 부족 때문에 하락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주주환원을 해봐야 5~7%”라며 “그럴 거면 미국 국채를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이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과 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 없이는 엔비디아도 미국 빅테크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미국이 한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에 의존하는 시대가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에 대해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주택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모두를 위해 끝나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복지를 체감하기 위해서도 부동산 중심의 자산 증식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해 “돈 번 사람이 거의 없다. 거의 패가망신 수준”이라며 대출을 받아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주식 역시 대출을 활용해 과도하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대한 글로벌 수요 때문에 보유할 유인이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같은 수요 기반을 갖기 어렵다는 취지다.
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정책에도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치권력이 특정 자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과 업계와의 밀착 행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앞으로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장에 진입하고, 증권사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발언은 미래에셋그룹이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운영사인 디지털엑스의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박 회장이 디지털엑스 임직원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