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줄고 '코인 보관업체'는 두 배…달라진 VASP 5년

거래소는 줄고 '코인 보관업체'는 두 배…달라진 VASP 5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5년 만에 다시 29곳이 됐다. 2021년 신고제 출범 당시와 같은 숫자지만 사업자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거래소는 줄고, 지갑·보관업체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가 시장에서 밀려난 사이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수탁 수요를 선점하려는 사업자들이 새로 진입한 결과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고 수리된 VASP는 총 29곳이다.

VASP 신고제는 2021년 3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도입됐다. 같은 해 12월 금융당국은 거래소 24곳과 지갑·보관업자 5곳 등 총 29곳의 신고를 수리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원화마켓 거래소 4곳과 코인마켓 거래소 20곳이 첫 제도권 거래소로 편입됐다.

사업자는 이후 꾸준히 늘었다. 2022년 말 36곳, 2023년 말 37곳을 거쳐 2024년 말 41곳으로 증가했다. 바우맨이 추가된 2025년 1월에는 42곳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갱신을 포기한 업체들이 잇달아 명단에서 빠지면서 사업자 수는 지난해 말 27곳까지 감소했다. 올해 ABC 클라우드 월렛과 비트고코리아가 새로 합류했다.

2021년 최초 심사를 통과한 29곳 중 남아 있는 사업자는 18곳이다. 최초 사업자 10곳 중 약 4곳이 5년을 버티지 못한 셈이다.

전체 VASP 수는 다시 29곳이 됐지만 구성은 바뀌었다. 거래소는 24곳에서 18곳으로 감소했고, 지갑·보관 등 기타사업자는 5곳에서 11곳으로 6곳 증가했다. 사업자 숫자는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신규 진입은 법인·기관 대상 수탁사업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인마켓의 시가총액은 3603억원으로 원화마켓의 0.4%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반기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합산 1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용자와 거래량이 업비트·빗썸 등 대형 원화마켓으로 몰리면서 중소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와 보안,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수탁시장에 잇따라 진입했다. 인피닛블록을 시작으로 DSRV, 비댁스, 인엑스, 웨이브릿지프라임, 바우맨, 로빗, ABC 클라우드 월렛과 비트고코리아 등이 2023년 이후 신고 수리를 받았다. 대부분 가상자산 이전과 보관·관리 업무를 신고했다.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예상한 사업자들은 수요가 열리기 전 VASP 자격과 보안·내부통제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추고 있다. 정부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기관 수탁시장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법인 거래가 확대되면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대신 관리할 수탁사가 필요하다. 현물 ETF가 도입돼도 운용사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기관이 필요하다. 최근 수탁사업자가 늘어난 것은 이처럼 앞으로 생길 법인·기관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VASP 시장에는 추가 구조조정도 예고돼 있다. 지난 20일 시행된 개정 특금법에 따라 대주주까지 심사를 받고, 사업자와 법인 대주주는 부채비율 200% 이하와 내부통제·인력·전산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기존 VASP는 11월 20일까지 다시 신고해야 하며, 재무상태와 조직·인력 관련 기준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8월부터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에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제정되면 VASP에 금융권에 준하는 내부통제와 건전성 요건이 요구될 것”이라며 “인력과 자본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상당수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VASP 수 추이
국내 VASP 수 추이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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