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과 풍력, 태양광 같은 전력원을 매우 빠르게 확대해야 합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말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AI 경쟁이 기술과 반도체를 넘어 전력 인프라 확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발언이다.
AI 시대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첨단 산업이 늘어날수록 발전소와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AI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을 전망했다.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문제는 필요한 에너지 시설을 제때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발전소와 송전망,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은 사회적 공감이 부족하면 지역 갈등에 부딪히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전력망 병목은 산업의 병목으로 이어지고, 지역 갈등은 국가경쟁력을 발목 잡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수용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캐나다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를 선정하면서 지역사회 참여를 원칙으로 삼고 충분한 정보 제공과 참여 기회를 보장했다. 핀란드도 온칼로 처분시설을 추진하며 오랜 기간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신뢰를 축적했다. 공통점은 '설득'보다 '참여'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얼마 전 정부가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후보지를 각각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다른 분위기가 나타났다. 과거 에너지 시설을 단순히 기피 시설로 인식하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미래 산업 기반 조성의 기회로 바라보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다.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수용성으로 이어지려면 사업 초기부터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개발한 에너지 공동설계프로그램(K-ESTEEM)'도 이러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주민과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가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쟁점을 확인하고 대안을 함께 찾는 10단계 참여형 소통 프로그램으로, 2022년 전남 영광, 경기 양평과 여주에 이를 적용해서 주민과 사업자 간 협력체계를 마련해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사업과 에너지자립마을 사업계획 도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AI 시대 경쟁력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사회적 공감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이 하드웨어라면, 국민 신뢰 기반의 사회적 수용성은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우리는 더 많은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리고 더 촘촘하게 연결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정책과 국민, 지역사회를 잇는 '소통망'이다.
이주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 rainbow0085@ke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