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AI 찾는데…의료 AI 기업들은 '적자 늪'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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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현장에서 의료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 상당수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해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확보하지 못한 게 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뷰노·제이엘케이·뉴로핏 등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은 올 상반기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부 기업은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연구개발과 해외 진출 비용이 이어지면서 적자 폭까지 확대됐다.

뷰노는 올 상반기 매출 1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7.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83억원으로 131.2% 늘었다.

실적 악화에는 주력 제품인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기간 종료가 영향을 미쳤다. 딥카스는 평가유예 기간에는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 3월 초 유예가 끝나면서 신규 도입과 사용 확대에 제약이 생겼다.

뷰노는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31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발행주식의 약 45%에 해당하는 신주 630만주를 발행한다.

회사는 연말께 딥카스의 신의료기술평가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평가를 통과한 뒤 급여 또는 비급여 수가 청구 기반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뇌졸중 의료영상 분석 솔루션을 공급하는 제이엘케이는 올 상반기 매출 9억3000만원과 영업손실 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액 국내에서 발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23년 70억원에서 2024년, 130억원, 2025년 13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난 6월 뇌졸중 환자의 초기 진단을 돕는 'JLK-CTP'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유예 기간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 병원 도입을 확대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준비하는 상용 서비스까지 가시화하면 해외 매출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로핏은 올 상반기 매출 12억원과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7.5%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4년 매출 22억원·영업손실 146억원, 2025년 매출 26억원·영업손실 16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진입에 필요한 비용이 지속 발생하고 있지만 매출이 이를 감당할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한 모습이다.

루닛은 해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올 상반기 매출은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89억원으로 31%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확보한 점이 외형 성장과 손실 축소를 이끌었다. 특히 해외 매출은 27% 증가했지만 국내 매출은 23억원으로 21%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의료 AI 기업들이 적자를 지속하는 것은 병원 수요가 기업 수익으로 직결하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다. 병원은 진료 효율과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의료 AI 솔루션에 관심이 높지만 별도 수가가 없으면 도입 비용을 자체 지불해야 하는 운영상 부담이 크다. 병원 도입 건수가 늘어도 곧바로 기업의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반면 건강보험 수가를 확보한 기업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와 심전도 분석 솔루션 '모비케어'의 수가 적용을 발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609억원과 영업이익 268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반기 만에 넘어섰다. 이는 병원이 건강보험 수가를 청구해 솔루션 사용 비용을 보전받고 씨어스는 병원으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구조가 안착한 결과다.

의료 AI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력보다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과 사업 모델을 보유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고 있다”며 “올 4분기 신의료기술 본평가 심사를 받는 기업들의 요양급여권 진입 여부와 이에 따른 실적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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