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판매망 구축·R&D 인력 확충…바이오 넘어 반도체·화학·화장품·2차전지로 확대

로보틱스 기반 실험실 자동화 기업 에이블랩스가 121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 사업을 본격화한다. 바이오 연구실의 반복 실험 공정 자동화를 넘어 AI가 실험 조건을 설계하고 로봇이 이를 수행한 뒤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자동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에이블랩스(대표 신상)는 121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주도했으며 기업은행, 캡스톤파트너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나우아이비캐피탈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2021년 설립된 에이블랩스는 바이오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피펫으로 시약을 옮기는 액체 핸들링 공정을 자동화하는 로봇과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이를 AI와 연계해 실험 설계부터 수행, 결과 분석과 학습까지 이어지는 자율실험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실험 자동화의 핵심을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나 처리 속도 향상이 아닌 데이터 재현성 확보에 두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려면 일관된 조건에서 생성된 양질의 실험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사람이 수행하던 반복 작업을 로봇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에이블랩스는 액체 분주 과정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출하 전 모든 피펫을 자동 검사하고 보정하는 시스템을 제조 공정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8채널 20마이크로리터 기준 변동계수(CV) 1.5%를 보장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전자기록·전자서명 규정인 '21 CFR Part 11' 대응 기능과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13485도 갖췄다.
사업 실적도 확대되고 있다. 에이블랩스는 지난해 매출 12억9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3%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의 2배를 넘어섰다. KAIST와 부산대학교, 한국화학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자동화 수요가 바이오를 넘어 반도체와 화학, 화장품, 2차전지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에이블랩스는 이들 4개 산업에서 품질 분석 자동화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시료 전처리와 희석, 분주가 반복되는 품질관리 공정을 자동화해 측정값의 재현성을 높이고 작업자가 유해 시료에 직접 노출되는 위험도 줄이는 방식이다.
자율실험실 기술 개발도 국가 연구개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에이블랩스가 수행 중인 국가 연구개발 과제는 8건으로, 최근 5년간 확보한 정부 연구비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자율제조 과제와 바이오파운드리용 액체 핸들링 로봇 개발 과제를 주관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는 오가노이드 배양 및 약물 효능평가 전자동화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AI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지금 가장 중요해진 것은 연구 데이터와 실험 결과의 품질인데, 정작 그 데이터는 여전히 사람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한 자율 제조와 품질 평가 자동화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바이오 외 산업에서 그 수요를 크게 확인하면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축적해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실험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