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세계 4위 특허출원 대국이지만 기술 무역수지는 38억달러 적자입니다. 우수한 기술이 특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이 꺼내든 화두는 '특허 건수'가 아니라 '특허의 가치'였다.
지식재산처는 1일 지난해 10월 처 승격 이후 처음으로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을 공식 발표했다. 총규모는 7106억원으로 올해보다 798억원(12.7%) 늘어난 역대 최대 증액이다.
특허와 지식재산을 만들어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돈이 되는 자산으로 만들고, 동시에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예산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김 처장은 “IP 창출·활용·보호에 직접 투입되는 주요사업비는 4731억원으로 올해 4146억원보다 14.1% 증가했다”며 “예산의 방향을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의 수익화, 기술·지식재산 보호 강화, 지방 주도형 IP 생태계 조성, 지식재산 분야의 AI 대전환 등 4가지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IP 수익화'다. 한국은 세계적 특허출원 강국이지만 정작 기술을 해외에 팔아 벌어들이는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도 기술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내년부터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원천특허 확보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며 대표적인 사업이 글로벌 기술패권 원천특허 확보지원”이라며 “130억원을 신규 투입해 국내 우수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200억원 규모의 모태조합 출자를 활용한 해외수익화 펀드도 새롭게 조성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해외 기업과 거래되거나 라이선싱 등으로 연결되고 실제 로열티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투자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산업계로 연결하는 역할도 강화한다.
김 처장은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는 좋은 기술이 상당히 많지만 기술이전과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장벽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공공연 기술사업화조직(TLO)을 대상으로 27억원 규모의 'TLO 빌드업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처는 내년 123억원을 투입해 '초격차 경쟁력 강화 기술유출 차단체계 구축'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반도체와 조선 등 주요 산업을 분석해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핵심기술을 찾아내고, 기업별 기술 특성과 위험요인에 맞춘 맞춤형 보호전략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조상품과 산업스파이 등 지식재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사업도 처음 마련한다.
김 처장은 “위조상품이나 산업스파이 문제는 단순한 기업 피해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연결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IP 보호 R&D에 25억원을 처음으로 편성했고, 해외에서 유통되는 K-브랜드 위조상품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인터폴과의 국제공조 수사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역 특색을 IP로 만들고, 청년의 아이디어를 자산으로 이어지도록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김 처장은 “지역이 가진 향토자산과 특화산업을 IP와 연결해 지역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특산품과 브랜드, 산업기술 등에 지식재산 전략을 접목해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IP 기반 기업성장 지원 사업에 17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한 지식재산 행정 혁신도 추진한다.
김 처장은 “내년 43억원을 투입해 AI 특허검색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KIPRIS에는 AI 요약·비교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17억원을 투자한다”며 “분쟁정보 특화 AI 에이전트 개발에 21억원을 투입해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기업 분쟁 대응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특허를 검색하고, 기술을 비교하고, 분쟁 가능성을 파악하는 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지식재산처는 정부 R&D를 통해 만들어진 해외특허가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고 해외 기술유출 위협으로부터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철저히 보호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이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성장자산이 되는 혁신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경제 대도약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