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 '암흑물질' 단서 포착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윔프'의 흔적을 포착한 국제공동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에는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장석복) 연구진도 참여했다. 명확하게 윔프를 발견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부족하지만, 설령 윔프가 아니더라도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BS는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장팀이 참여한 LUX-ZEPLIN(이하 LZ) 국제공동연구진이 윔프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입자 상호작용을 관측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국제공동연구진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이끌며 IBS를 비롯한 39개 기관, 약 250명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관측 신호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샌퍼드 지하연구시설(SURF)에서 진행한 세계 최대 규모 암흑물질 탐색 실험에서 포착됐다.

이번 관측에 쓰인 LZ 검출기의 작동원리. 윔프와 제논원자가 충돌할 때 방출되는 전자와 섬광이 검출기 상, 하부에 설치된 광증배관에서 측정된다.
이번 관측에 쓰인 LZ 검출기의 작동원리. 윔프와 제논원자가 충돌할 때 방출되는 전자와 섬광이 검출기 상, 하부에 설치된 광증배관에서 측정된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 약 85%를 차지하지만 아직 직접 관측된 적이 없어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를 뜻하는 윔프는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다. 전자·양성자보다 훨씬 무겁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 하지 않아 검출이 어렵다. 아주 드물게 물질 속 원자핵과 충돌해 생긴 극히 미약한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초정밀 검출기로 포착할 수 있다.

국제공동연구진은 SURF의 지하 약 1.5㎞에 LZ 검출기를 설치하고, 약 10톤의 초고순도 액체 제논에 입자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빛과 전기 신호를 광전자증배관(PMT)으로 찾아왔다.

연구진은 2023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220일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암흑물질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에서 입자 상호작용 하나를 포착했다. 이 신호가 실제 암흑물질에 의해 발생했다면 신호를 만든 윔프 질량은 양성자보다 200배 이상 무거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존 연구에서 주로 탐색해 온 단순 충돌과 달리, 윔프가 원자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신호가 자연 방사선이나 중성자, 검출기 잡음 등 기존 배경신호원만으로 우연히 발생했을 확률은 약 0.5%에 불과하다.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은 2.6시그마다. 다만 물리학계에서 '새로운 입자 발견'으로 인정하는 신뢰 기준이 5시그마인 만큼, 이번 관측 결과만으로 암흑물질 실체를 확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리학계는 추가 검증·관측으로 정확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Z 공동연구팀 책임자인 릭 게이츠켈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이번 신호는 암흑물질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원인에 의한 신호는 매우 적은 영역에서 포착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덕 단장은 “IBS는 아시아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연구에 참여한 데 이어, 차세대 실험인 XLZD에도 함께하고 있다”며 “윔프 관측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는 액체제논 검출기 실험에서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1일 일본에서 열린 '2026 TeV 입자천체물리학 국제학술대회(TeVPA 2026)'에서 발표됐다. 논문은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같은 날 공개됐으며,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투고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