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보험사 배당을 제한해 온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합리화를 검토한다. 그간 제도 개선 가능성을 부인했던 금융위원회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보험사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4~28일까지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로부터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별 건의 사항을 취합한 뒤 제도 개선 필요성과 추진 방안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할 환급금을 보험사가 사전에 적립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지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계약자 보호와 보험사 건전성 확보가 목표로 전 보험사에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준비금이 불어나면서 보험사가 이익을 내고도 배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구조다. 보험영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준비금 적립 규모가 커지고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금액은 확대돼 배당 재원이 축소되는 식이다.
올 1분기 주요 생명보험사 5개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와 손해보험 5개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해약환급금준비금은 38조8054억원으로 작년 말(35조401억원) 대비 3조765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여력이 악화하면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여겨졌던 보험주 매력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코리안리 등을 제외한 상장 보험사 대다수가 회계제도 전환 이후 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을 판매해도 준비금이 늘어 배당재원은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개선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표한 바 있다. 약 7개월 만에 의견수렴이 진행되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준비금은 대규모 해약 등에 대비한 계약자 보호장치인 만큼 적립비율과 적용 기준을 합리화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업계는 보험사 배당여력 확대와 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규 영업을 할수록 계약자가 중도에 해지할 위험도 커져 보험사가 쌓아둬야 하는 준비금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지난주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위해 협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