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드론·로봇·우주 등 미래 신안보 분야의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와 연구개발(R&D), 실증, 조달까지 연계하는 범부처 지원체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민간 첨단기술을 군과 공공기관이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한국형 OTA(신속조달체계)'를 도입하고, 정부 재원으로 초기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전문기관도 설립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일 서울에서 관계부처와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실무협의체' 제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후속과제를 논의한다. 재정경제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 우주항공청 등이 참여한다.
정부가 전면 제도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기존 국방 획득체계로 민간 첨단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군이 필요한 기술의 소요와 세부 사양을 정한 뒤 개발·시험·획득 절차를 거치다 보니 드론 같은 기술도 실제 도입까지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기존에는 군이 필요한 스펙을 먼저 정하고 개발·획득하다 보니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며 “미국 OTA처럼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개발과 구매를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신안보 분야 유망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신안보 혁신기업 풀(POOL)'을 구축한다. 중기부와 방사청 등 각 부처 지원사업 선정기업과 공공인증 기술·제품 보유기업 등을 후보군으로 모으고 관계부처·협단체 추천과 기업 직접 신청도 받는다.
무인·자율·로보틱스와 AI·반도체, 차세대 센서·미래소재, 우주·항공 등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우수기업 풀을 만든 뒤 후보기업과 혁신기업으로 단계적으로 육성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5개,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5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R&D 지원도 확대한다. 기존 구매연계 R&D가 2년간 6억원 수준이었다면 신안보 분야에는 R&D와 고도화·실증을 연계해 기업당 최대 5년간 1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간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군 데이터와 실증환경도 개방한다. 국방데이터 안심존 등을 통해 훈련·정비 등 국방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하고, 드론 실증부대와 군 훈련장·시험장도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
조달제도는 '한국형 OTA' 방식으로 바꾼다. 재경부는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기술개발 협약과 구매계약을 연계하고 기업과 수요기관이 기술 구현 방식을 협의해 사업자를 정하는 '성과목표형 경쟁적 대화' 방식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임무만 제시하고 기업이 기술 방식을 제안하는 공모형 획득과 개발 과정에서 사양을 유연하게 변경하는 애자일 방식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한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신안보 기업에 대한 정부 직접투자 체계도 신설한다. 중기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인큐텔을 참고해 한국벤처투자(KVIC) 자회사 형태의 '한국형 IQT'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 중기부와 방사청이 각각 250억원을 출자해 총 500억원 규모로 시작하고 이후 재원을 추가한다. 민간자금을 섞지 않고 정부재원 100%로 조성해 초기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민·군 겸용기술의 지식재산권(IP) 제도도 손본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IP를 공동 소유하고 기업이 국내외 민간시장에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다만 국가안보상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심의를 통해 활용을 제한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전략분야와 혁신기업 지정, 지원 특례, IP 공동소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육성위원회 설치 등이 담길 예정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특정 기업군이나 개별 사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획득·조달·투자·R&D 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 의미가 있다”며 “민간 첨단기술이 군과 공공시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다시 민간과 해외시장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