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장비 조달 수요, 반년 만에 1.9배 늘어…“팹 20개 동시에 지어도 부족”

대만 TSMC.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TSMC.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TSMC가 올해 장비 조달 수요 추정치를 지난해 말 대비 1.9배로 올려 잡았다. 대만과 해외에서 팹 약 20곳을 동시에 짓고 있지만, 고객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앞선다는 설명이다.

허융칭(侯永清) TSMC 수석부총경리 겸 부공동운영장은 2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6 토론회에서 “지난해 말 장비 조달 수요를 1배로 산정했으나 올해 1분기 1.5배, 7월 1.9배로 올렸다”고 밝혔다. 반년 만에 올해 사들여야 할 장비 물량 추정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허 부총경리는 “지난 30년 동안 수요가 이토록 큰 폭으로, 이토록 잦은 빈도로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증설은 원래 장기 수요 예측 위에 팹과 장비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수요가 한 분기 안에 다시 조정되면서 장비 발주 계획도 같이 흔들리고 있다는 취지다.

증설 규모도 과거와 다르다. 허 부총경리는 현재 대만에서 웨이퍼 팹 13곳, 해외에서 5~6곳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로 보면 약 20곳이 병행 건설되는 규모다. 그는 “과거에는 한 번에 4~5곳만 진행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4~5배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SMC는 지난 7월 16일 실적발표에서 대만에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팹 13곳을 수년에 걸쳐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언은 그 공사가 진행 중이며, 해외 현장까지 포함하면 동시 공사 규모가 약 20곳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급이 부족한 이유로 허 부총경리는 자금이 아니라 공사 현장을 꼽았다. 팹은 골조를 올린 뒤 클린룸과 특수가스, 유지보수, 전공정 장비 설치가 이어져야 한다. 그는 가장 직접적인 제약으로 건설 인력을 지목했다. 대만과 미국 애리조나 모두 숙련 인력이 부족하고, 건물이 끝나도 장비 설치가 남는다는 것이다.

7월 실적발표에서 TSMC는 2026년 자본지출을 520억~560억달러에서 600억~640억달러로 상향하고, 미국 투자를 1000억달러 추가해 누적 2650억달러로 확대했다. 당시 메시지가 투자 확대였다면, 이번 발언은 그 돈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장비 소요와 현장이 한계에 가깝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장비·소재·건설 업체에는 추가 발주 가능성이 열린 신호다. 반면 엔비디아, AMD와 TSMC 생산능력을 나눠 쓰는 팹리스 입장에서는 선단 공정과 CoWoS급 첨단 패키징 공급이 단기에 풀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허 부총경리는 “전 생태계가 불과 6개월 만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증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오늘 마주한 생산능력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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