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매매·대여·채굴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수익을 모두 기타소득으로 묶은 현행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매차익은 양도소득, 반복적인 채굴 수익은 사업소득으로 구분하는 등 과세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가 현행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과세를 다시 유예할지 논의하기에 앞서 현행법으로 다양한 가상자산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고 계산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한 해 발생한 손익을 합산한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질 세율은 22%다.
제도는 2020년 도입된 뒤 세 차례 유예됐지만 기본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법은 과세 대상을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대여'로 규정하고 관련 소득을 모두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단순 매매 외에도 채굴과 스테이킹, 렌딩, 예치,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은 자산 제공과 보상 수령, 가격 변동이 결합된 복합 거래다. 에어드롭이나 하드포크로 받은 가상자산은 소득으로 볼지 증여로 볼지도 명확하지 않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중요한 것은 현행법으로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느냐”라며 “가상자산이라는 하나의 명칭이 아니라 매매·채굴·스테이킹·렌딩·유동성 공급 등 거래 기능별로 과세요건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교환에 따른 이익은 양도소득 △소비대차형 렌딩·예치 보상은 이자소득 △수익분배형 보상은 배당소득 △사업적으로 이뤄지는 채굴은 사업소득 △일시적인 보상은 기타소득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처럼 여러 행위가 결합된 거래는 각 요소를 나눠 소득의 성격을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타소득 분류는 다른 투자자산과 형평성 문제도 만든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장내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지만 가상자산은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순이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과세된다. 해외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분류되는 반면 국내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해 얻은 이익은 기타소득이 된다.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이월과세 규정에서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현행 세법은 양도소득 과세 대상 자산을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한 뒤 매각해 취득가액을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월과세 제도를 적용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이어서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20년 법 제정 당시에는 가상자산이 투기라는 시각이 강했으며 소득 분류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자산의 제도적·경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당시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가칭 '가상자산투자소득세' 체계를 제안했다. 매매는 양도소득, 렌딩은 이자소득, 수익분배형 보상은 배당소득, 사업적 채굴은 사업소득, 일시적 보상은 기타소득으로 각각 배분하되 계산과 신고, 자료 제출 절차는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그는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과세하는 현행 구조를 그대로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소득 분류와 과세 절차 전반에 대한 입법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