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가 정부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대한민국 제조업 판을 바꾸는 기회로 삼고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경제·산업 분야 공공기관 14곳을 유치해 정책금융과 기술혁신, 수출지원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산업혁신 거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충남도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유치 분야로 경제산업 기능군을 선정하고,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14개 기관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단순히 공공기관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충남이 가진 제조업 기반과 이전 기관의 기능을 결합해 기업의 자금 조달부터 기술개발, 투자,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충남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주력 제조업이 밀집한 대표적 산업지역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978억달러로 전국 수출액 4963억달러의 19.7%를 차지하며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수출액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592억달러에 달해 국가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충남도가 경제산업 기능군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AI) 전환과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등 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연구개발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술과 함께 금융·투자·수출지원이 맞물리는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남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중심지이지만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지역 기업들이 산업 전환과 성장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오랜 과제로 꼽혀왔다.
기업은행이 충남으로 이전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KOTRA까지 연계되면 기업의 설비투자와 정책금융, 수출보험, 해외시장 개척을 하나의 지원망으로 묶을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까지 더해지면 기술 기반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도 확대할 수 있다.
충남도가 그리는 그림은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기술을 개발한 뒤 사업화하고, 생산된 제품을 해외시장까지 연결하는 '기업 성장 전 과정 지원체계'다. 기술혁신 분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등 유치를 추진한다.
충남은 이미 대규모 생산시설과 첨단 제조 현장이 집적돼 있어 새로운 기술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시험하고 사업화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AI 대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량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AI와 첨단기술을 생산공정에 접목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기관이 충남 산업현장과 가까워지면 연구개발 성과를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이 빨라질 수 있다. 대기업 중심 기술혁신뿐 아니라 지역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전환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기대다.
충남도가 제시하는 공공기관 이전 전략의 핵심은 기관별 유치 경쟁을 넘어 기능 간 결합에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기관이 기술혁신을 지원하며, 수출지원기관이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구조다. 여기에 충남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석유화학 산업 현장을 연결하면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은 국가 주력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산업 현장 변화가 곧 국가 산업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경제산업 기능군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과 기술혁신, 수출지원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대한민국 제조업 혁신의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