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AI 투자 중심 경기 개선…가계소득 파급은 제한적”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우리 경제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제조업 생산도 개선됐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가계 소득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면서 소비 회복은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KDI는 7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투자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경기 개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꼽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금속가공과 전기장비, 기계장비 등 AI 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제조업 생산도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7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24.9% 늘어 6월 22.5%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도체제조용장비는 66.0% 급증했고 전기·전자기기도 11.0%, 일반산업용기계는 12.1% 증가했다. KDI는 반도체 관련 투자의 견조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역시 AI 투자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지속했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8.7% 증가했으며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72.5%에 달했다. 일평균 기준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은 각각 216.1%, 431.2% 급증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철강제품과 비철금속도 각각 10.4%, 26.7%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KDI는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가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해 전월 3.9%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다. 내구재 판매가 승용차와 가전제품, 통신기기·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도 0.3%에 머물러 가계 구매력 회복을 제약했다.

건설투자 부진도 이어졌다. 7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비주거용 건축은 11.3% 증가하며 개선 흐름을 이어갔지만 주거용 건축은 7.9% 감소했다. KDI는 주택 부문의 부진과 건설비용 상승으로 건설투자 전반의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 여건은 여전히 경기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KDI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글로벌 교역량 증가세가 확대되고 제조업 심리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중동 전쟁과 미국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국내외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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