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AI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되는 이유

서울시가 19~29세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권과 실무 교육을 제공하려 추진한 시범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를 위해 편성한 56억2500만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전액 삭감되면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여야간 입장 차가 커 공방이 예상된다.

청년층의 생성형 AI 경험 비율은 2023년 18%에서 2025년 45%로 2년 만에 2.5배 증가했다. 문제는 활용 기회가 경제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AI 유료 구독을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았으며,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집단의 이용률은 7.9%인 반면 500만원 이상은 55.5%로 조사돼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AI 활용 능력이 앞으로 개인의 경쟁력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요구하는 필수 역량으로 'AI 기반 도구 활용 능력'이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청년에게 AI 활용 능력은 곧 취업과 업무 경쟁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고성능 AI 모델 출시 주기는 1~2개월로 짧아졌다. AI 산업의 변화 속도는 행정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런 분야에는 처음부터 완벽한 정책 모델을 고민하기보다, 일단 시범적으로 실행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고쳐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번 시범사업 역시 청년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교육과 지원이 필요한지를 대규모로 확인해 향후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서울시가 6000여 명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에서는 응답자 86.7%가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AI 이용권을 단순 '공짜 구독권'으로 볼 것인지, '디지털 역량 인프라'로 볼 것인지는 관점에 달려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적어도 누구나 한번 AI를 제대로 써보고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공평한 출발선이다. 청년에게는 AI 접근 격차를 넘어설 사다리가 필요하다.

[ET톡] AI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되는 이유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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