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약국 매대에 화장품을 잇달아 입점시키며 피부 관리 카테고리를 키우고 있다. 휴젤은 관광 상권 약국을 겨냥하고, 동국제약은 약국 안에 전용 공간을, 한미사이언스는 계열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성분·효능을 따지는 소비자를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으로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올해 상반기부터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를 서울 강남·성수 상권 약국에 입점시켜 운영하고 있다. 두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입점한 약국은 제일그랜드약국과 도레미약국이다. 하반기에는 홍대·명동·강남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을 중심으로 약국 채널을 넓힐 계획이다.
입점 제품은 리얼 히알루로닉과 하이퍼 펩타이드, 하이퍼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등 세 개 라인이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로 쌓은 시술 브랜드 인지도를 소비재 매대로 옮기는 모습이다.
동국제약은 약국 매대 자체를 자사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쪽을 택했다. 전국 200여곳 약국 공간 일부를 자사 고기능성 스킨케어 전용 매장으로 바꾸는 뷰티 카테고리 존 '파마시뷰티솔루션'을 꾸렸다.
신규 세포 케어 브랜드 '루온셀'을 주력으로 약국 전용 더마 리페어 '마데카파마시아', 탈모 증상 완화 샴푸 '판페신', 의료기기 등급 압박스타킹 '센시슬림'을 함께 배치했다. 타깃은 드럭스토어나 모바일 쇼핑 비중이 낮은 5060세대다.
한미사이언스는 자체 유통망을 활용한다.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이 회사는 지난달 약국 전용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프로-캄'의 EGF(상피세포성장인자) 라인업 3종 판매를 시작했다. 미백·주름 개선 2중 기능성 화장품인 'EGF 액티브 바이탈 크림'과 'EGF PDRN 액티브 시너지 마스크', 우레아 10%를 넣은 'EGF 우레아 케라톤 크림'이다.
대표 제품인 EGF 액티브 바이탈 크림은 2024년 출시 후 전국 약국 1만1000곳 이상에 공급했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최초 주문 약국 절반가량이 추가 주문했다. 제품 유통은 한미약품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팜이 맡는다. 계열 유통사가 이미 확보한 약국 거래선에 화장품을 얹는 구조다.
피부 관리 약국 시장의 토대를 먼저 닦은 것은 동아제약이다. 일반의약품인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겔'과 색소침착 치료제 '멜라토닝크림' 등으로 약국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올봄에는 멜라토닝크림 광고에 배우 전지현을 기용해 '약국에만 있다'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약국이라는 채널 자체를 제품 신뢰의 근거로 활용했다.
기업들의 진입 방식은 상권 선별과 매대 설계, 유통망 활용으로 갈렸다. 약국이 헬스앤뷰티 스토어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판매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진입 전략이 분화된 셈이다. 화장품과 일반의약품, 의료기기가 한 매대에 묶이면서 소비자가 규제 분류보다 피부 고민 단위로 제품을 고르는 구조도 자리잡고 있다.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한 약국 매대 경쟁은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휴젤이 홍대·명동으로 채널을 넓히면 전국 단위 유통망을 이미 구축한 한미사이언스, 매대를 설계한 동국제약과 같은 약국에서 만나게 된다. 진입 방식은 달랐지만, 도달점은 같은 약국 매대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 트렌드가 K뷰티에서 의약품 기반의 'K더마'로 확장되는 추세”라며 “약국이 제약사들의 새로운 수익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